미국 입국자 27일부터 검역 강화… 유럽처럼 ‘전수조사’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0-03-25 17: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미국 입국자에 대해서도 오는 27일 0시부터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한다. 유럽처럼 전수조사는 아니고 유증상자만 공항 검역에서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유럽보다 한 단계 낮은 대책에 대해 비판도 있지만 정부는 진단검사 역량 내에서 해외유입 차단에만 힘을 쏟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고위험군 관리 역량도 함께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0시부터 미국 입국자 중 유증상자는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모두 검역소에서 대기하며 검사를 받도록 하고, 무증상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14일간 자가격리한다고 25일 밝혔다. 전수조사 대상인 유럽 입국자는 무증상자를 자가격리한 후 해당 보건소가 3일 이내 검사를 실시하지만 미국 입국자 중 무증상자는 자가격리 14일 중에 특별한 증상이 생기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신규확진자의 해외유입 사례는 계속 증가 추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발생한 신규 확진자 100명 중 51명(51%)이 해외 유입 사례였다고 밝혔다. 유럽 입국자가 29명, 미국 13명, 기타 9명이었다. 이날 대전에서도 미국 입국자 중 2명이 확진됐고, 인천에서 미국 유학생이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전날 서울 5명, 경기도 2명, 울산 1명이 미국 방문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을 포함한 전체 외국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입국자도 유럽처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정부는 ‘우선적인 위험도’를 따지면 전수조사를 할 여력이 마땅치 않다고 봤다. 대구·경북지역은 고령자·기저질환자 등 사망 위험이 큰 고위험 환자가 밀집한 요양원·요양병원 관리를 위한 검사 수요가 많고, 신천지 교인의 접촉자인 가족들에 대한 조사도 아직 이뤄지고 있다.

손영래 중대본 홍보관리반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 진단검사는 하루 1만5000~2만건을 할 수 있는데 미국 입국자가 하루 2500명이 넘는다“며 “(사망) 위험도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진단검사도 해야 하고 전국 의료기관에서 의뢰하는 검사까지 해야 해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시약 물량뿐만 아니라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위한 검사실, 검체 채취를 위한 의료인력 확보도 함께 돼야 한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검사 오류를 예방하고 검사의 질 관리가 가능한 적정선이 2만건”이라며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검사의 상대적 우선순위 정하고 있으며 검사장비나 인력이 늘어나면 검사할 수 있는 물량 자체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특별입국절차나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데 있어 주관적인 지표는 없다. 특별입국절차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 지난 15일까지 유럽 입국자 중 확진자는 22명이었다. 미국 입국자 중 확진자는 특별입국절차가 결정된 이날까지 29명이었다. 정부는 특별입국절차 적용 대상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국가나 지역사회 확산 중인 국가’라고 설명해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앞으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미국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전수 진단검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