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상품판매 담당인 직원인 A씨(31)는 지난달 거의 내내 여행상품 예약 취소 업무를 처리했다. 그나마 3월 들어서는 일 자체가 거의 없다. 4월엔 휴직에 들어간다. 그는 25일 “동료들 사이에 ‘이러다 정말 실직자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간다”며 “여행사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중소 업체로 갈수록 실직 공포가 크다”고 말했다.
업계 1·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2월 상품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85%, 77% 포인트 감소했다. 여행사들은 줄줄이 임직원을 휴직시키고 있다. 하나투어는 3~4월 주3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모두투어는 최대 2개월간 유급휴직 제도를 실시 중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어 휴직에 들어간 직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분위기는 더 어둡다. 전 직원이 순환 유급휴직 중인 저가항공사 1년차 승무원 B씨(32)는 “이미 휴직 중인 동기들은 ‘백수나 다름없다’고 하는데 이 시간이 얼마나 갈지 몰라 다들 우울해한다”고 했다. 이어 “휴직 순번이 아닌 직원들도 하루 4~5번 왕복 비행 스케줄이 1번으로 뚝 떨어져 지상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승무원, 정비사들이 실직에 대비해 다른 직업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한 마케팅 업체에서 일하는 C(30)씨는 최근 무급 휴가를 통보 받았다. 그는 “대표가 폐업을 막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중견 교육업체 직원인 D씨(41)는 하루 4시간 무기한 단축 근무 중이다. 월급도 당연히 반이다. 그는 “이 상황이 얼마나 갈지 또는 언제 해고 통보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대기업 직원들도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회사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 중인 대기업 직원 E씨는 “실적이 좋지 않다보니 최고 경영진은 위기감 속에 회의를 소집하고 재택근무 중인 고참급 직원들은 ‘재택근무기 퇴직체험’이 되는 거 아니냐고 토로한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TF 등을 별도로 꾸리고 국내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비상 대응하고 있다. 통계청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6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2000명(29.8%) 폭증했다.
업종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일시 휴직자가 실직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항공·유통 업종 등은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고 실적이 좋지 않은 정유·중공업계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어떻게 미칠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회사라도 인력 감축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주화 안규영 문수정 김성훈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