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위한 초유의 의원 제명…열린민주당엔 “참칭 말라”

입력 2020-03-25 17:08 수정 2020-03-25 19:06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시민당)에 의원을 꿔주기 위해 비례대표 의원 3명을 결국 제명했다. 민주당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역구 의원 4명도 탈당 후 시민당에 합류한다.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대표 심기준 정은혜 제윤경 의원을 제명했다. 민주당은 이들을 시민당으로 보내 4·15 총선 정당 투표용지 상위 순번을 배정받겠다는 계획이다. 미래통합당의 ‘의원 꿔주기’를 비판해왔던 민주당은 이번에 “(의원들의) 자기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해명했다.

비례대표 의원 3명 제명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제명 이후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동료들을 제명해야 했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의총을 했다”며 “(당이) 엉뚱하게 가고 있단 느낌이 많이 드는데, 현실적으론 이렇게 해야한다 하니까”라고 말했다. 비례위성정당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설훈 최고위원도 “기왕 정해진 사안이기 때문에 잡으면 안되고 이 상황에서는 앞으로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제 의원은 “과정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박찬대 대변인도 “국민의 눈에 볼 때는 (미래통합당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통합당과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단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KBS 라디오에서 “저희는 강요하거나 이런 것이 아니다”며 “불출마하시는 의원들께 자기 선택으로 시민당에 가실 분들이 있으면 당적을 옮겨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제명된 3명의 의원을 포함해 총 7명 이상의 의원을 시민당에 보낼 방침이다. 비례대표용 정당투표 기호는 당의 현역 의원 수를 기준으로 배정되는데, 투표용지에서 상위순번을 차지할수록 선거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지역구 의원 중에선 이종걸 신창현 이규희 이훈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해 시민당으로 당적을 바꾼다. 시민당에 추가로 합류할 수 있는 의원도 2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이 이끄는 열린민주당(열린당)을 비판하며 시민당 띄우기에도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당을 향해 “일각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개인이 유사 비례정당을 만들었는데, 더 무단으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기를 부탁드린다”며 날을 세웠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을 앞세워 ‘대통령 마케팅’을 펼치는 열린당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시민당에 대해선 “사돈” “형제당” “유일한 비례연합정당이당”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상층부의 정치인 몇몇이 비난한다든지 헐뜯는 모습으로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며 “부적절하게 말하는 분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공식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더비열(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열린민주당)”이라고 말하며 지지층에 열린당 지지를 호소했다.

박재현 이현우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