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지난해 10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열린 제7회 세계 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퍼트렸을 가능성을 또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책임 떠넘기기’ 수위를 높여가는 분위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조지 웹이라는 미국 기자가 관련 의혹을 제기했고, 중국 네티즌과 전문가들이 미국 당국에 미군 선수단의 건강 및 감염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웹이 최근 영상과 트위터를 통해 사이클 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던 맛제 베나시가 코로나19 ‘0번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베나시는 우한 군인체육대회에서 80㎞ 사이클 도로경주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웹은 또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물질을 다루는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의 전염병 연구실이 지난해 7일 부적격 시설 및 관리체계 문제로 폐쇄 후 이전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중국 인터넷상에는 웹이 만든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포트 데트릭의 전염병 연구실 폐쇄와 코로나19 발생 사이의 ‘우연한 일치’를 거론하는 청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많은 중국 네티즌이 미국 측에 베나시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조사해 공개하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밝혔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가 논란에 답하고 감염정보를 공개해 대중의 의구심을 없애고 코로나19 기원 연구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미국 정치인들은 바이러스가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주장하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입증할 확증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의심이든 추적해 실상을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12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한뒤 ‘미군 전파설’이 확산되고 있다.
제7회 세계 군인체육대회는 지난해 10월 18∼27일 열흘간 우한에서 열렸으며, 대회에는 총 109개국에서 9308명의 군인이 참가했고 미국 대표단은 300여명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와 관련, 중국 정부를 또다시 비판하면서 미국 기업의 중국 공장을 자국으로 철수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 와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 공유를 지연하면서 “수천 명의 생명을 위험에 몰아넣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내 우려는 필요한 정보를 여전히 부인하는 중국 공산당이 관여한 은폐와 허위정보”라며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이란도 허위정보 유포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그들은 모든 책임을 피하기 위해 그것(코로나19)이 미 육군에서 비롯된 것이라거나 이탈리아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한다”며 “지금은 글로벌 위기가 진행 중이어서 맞대응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공급망 문제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공급망을 운영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혀 중국 공장을 자국 공장으로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료 공급망을 중국 등 해외로부터 미국으로 옮기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주 밝힌 바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