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25일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에 대한 신상 공개와 관련해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n번방 사건 대책에 대해선 여야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2017년 마련된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과 다를 바 없는 ‘재탕 대책’이자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방위는 n번방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여야 위원들과 함께 한 위원장,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방심위 등 관계부처와 마련한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웹하드를 통해 불법 영상물이 재유통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인력을 확대하고 디지털법 및 플랫폼법을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방치한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2000만원 수준이던 과태료를 5000만원까지 부과하도록 했다. 또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불법 음란 정보를 빠르게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삭제할 수 있도록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의원이 “관계자 전원 처벌, 가입자 26만명의 신상 공개 가능하냐”고 묻자 한 위원장은 “가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아직도 구글에는 피해자 이름이나 직업을 유추할 수 있는 검색 결과가 그대로 유출이 되고 있다”며 해외 플랫폼을 통한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대응방안을 보고하자 여야 의원들은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피해방지대책이 재탕 같다. 이런 대응방안으로 제2의, 제3의 n번방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 합동 대책이라고 나온 것이라기에 너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연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7년 종합대책보다 뭐라도 새로운 게 있을까 했는데 내용이 그대로다. 대통령이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한 내용만 새로운 내용이다”라고 질책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대학생 2명이 잠입 르포를 하면서 만천하에 n번방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것인데 그동안 국가는 무얼 했느냐, 대학생 2명이 이런 일을 하는 동안 방심위는 무얼 했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어린 여아들, 여성들이 이렇게 피해를 입고 나서야 뒷북치는 것도 제가 봤을 때 한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꼬집었다.
윤상직 미래통합당 의원은 “한 위원장은 가짜뉴스에만 관심을 가졌지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 무슨 노력을 했느냐”며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고 책임을 통감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저희들의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위원장 등 부처 관계자들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인터폴 등 국제공조는 법무부의 영역이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외 규제기구와 협의를 해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자율 규제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상현 방심위원장도 “방통위, 방심위도 해외 주재원을 둬서 즉각 대응해야지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내는 수준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의원님들께서 지원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