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마음에 들어요” 오민석이 도진우 연기하는 법[인터뷰]

입력 2020-03-25 15:50
제이와이드 제공

불륜을 저지른 남자주인공에게 환호가 나온 건 이례적이다. 배우 오민석은 ‘악역’ 도진우를 오래 연구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냈다.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사풀인풀)’에서 도진우를 연기한 오민석은 25일 서울 강남 신사동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캐릭터가 저지른 잘못을 인지하면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며 “나라도 도진우를 미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품었다”고 말했다.

사풀인풀은 100부작 주말드라마로 뭔가 되기 위해 애썼으나 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인생재활극이다. 도진우는 김설아(조윤희)의 남편이자 재벌3세로 문해랑(조우리)과 외도하는 등 큰 잘못을 저지르지만 김설아와 재결합했다.

도진우의 가장 큰 매력을 물었더니 “진짜 어렵다”며 고민했다. 아직 그는 도진우 캐릭터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듯 보였다. 도진우를 물었는데 마치 오민석 자신의 장점을 물은 듯 쑥스러워했다.

“어렵네요, 진우는 불륜을 저질렀잖아요. 함부로 칭찬을 하기도 어렵고…. 다만 입체적인 캐릭터라는게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도 됐다가 또 어른스럽기도 했다가. 여러 모습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어요.”

그에게 사랑을 쟁취한 소감을 물으니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아주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었던 도진우를 호감으로 바꿔놓은 비결은 철저한 캐릭터 연구 덕이었다. 오민석은 “진우가 단순히 설아를 쟁취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설아가 화를 낼 때는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잘못을 인정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죄를 지은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은 분명 있다”며 “진우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때 ‘잘못을 인정하자’는 점을 크게 염두에 뒀다”고 전했다.

그는 설아와 다시 만나는 결말을 곱씹으며 “아직도 그 때 감정이 생생하다”고 했다. 설아가 진우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오민석은 “진우는 설아에게 계속 마음을 쏟았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비로소 들었을 때 온갖 감정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촬영장 밖에서도 조윤희에게 “그냥 나한테 와”라는 농담을 자주했다. 사풀인풀과 함께 한 시간 내내 진우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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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만난 오민석은 극 중 진우처럼 살갑지는 않았다.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차분했던 그는 “사실 제가 낯을 조금 가린다”고 말했다. 그가 더 없이 밝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나 노력이었다. 오민석은 “진우가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특히 엄마인 홍화영(박해미)에게는 사석에서도 ‘엄마’라고 부르며 친밀함을 쌓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2007년 데뷔한 오민석은 올해로 14년차 배우다.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독보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가 연기할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진정성이다.

“연기에 진정성을 담고 싶어요. 그러려면 인생을 가치 있게 사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큰 욕심을 내는 것보다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 그 마음으로 연기를 하면 대중도 제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