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연일 각국 정상과 통화… “中인민이 힘과 자신감 줬다”

입력 2020-03-25 15:39 수정 2020-03-25 16:04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각국 정상들과 연일 통화를 하면서 자국의 방역 성과를 과시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으나 최근 중국 내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되자 관영 CCTV 뉴스 화면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통화에서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확산이 빠르다”면서 “각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에 따라 공개적이고 투명한 자세로 적시에 전염병 정보를 발표하고 각국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은 코로나19 퇴치에 큰 희생을 치렀고 국제사회에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은 국제 사회의 공동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하원의원인 자신의 셋째 아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발언을 하면서 초래된 외교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시 주석에게 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 대통령과 통화에서 “세찬 기세로 몰려온 코로나19가 각국에 큰 시련일 수밖에 없다”며 “바이러스는 국가와 민족의 구분이 없는 만큼 전 인류가 함께 노력해야 이겨낼 수 있어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이 절박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염병은 일시적이지만 협력은 영구적”이라며 “비바람이 지난 후 카자흐스탄과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가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겨내고 우리에게 힘과 자신감을 준 것은 중국 인민”이라면서 “인민은 진정한 영웅으로 인민에 의지한다면 우리는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23일에도 프랑스, 영국, 이집트 정상들과 연쇄 통화를 협력을 통해 전염병을 몰아내자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중국과 프랑스는 국제 및 지역의 공중위생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며 “세계 경제에 주는 충격을 함께 막으며 협력의 햇빛으로 전염병의 먹구름을 함께 몰아내자”고 밝혔다.

시 주석은 국내적으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대외적으로 방역 성과를 적극적으로 과시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시 주석 자신의 권력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이후 시 주석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리커창 총리를 앞세우고 본인은 뒤에 숨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각계의 공개적인 비판이 잇따르면서 시 주석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방역에 성공했다는 자체 평가마저 나오면서 시 주석이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관영 매체인 CCTV 뉴스 보도에서 시 주석을 제외한 다른 상무위원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시 주석은 거의 매일 CCTV 뉴스에 가장 먼저 등장하면서 화면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의 모습이 서열에 따라 차례로 CCTV 뉴스에 등장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서열 6위인 자오러지 중앙기율위 서기와 7위인 한정 부총리의 경우 CCTV 뉴스에서 아예 모습을 감춰 이들이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시 주석은 고위직 임명에서도 입김이 더욱 세졌다.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인 후베이성 당 서기에는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 사단의 일원인 잉융 상하이 시장이 임명됐다.

상하이 시장 자리에는 역시 시 주석의 측근인 궁정 산둥성 성장이 대리 시장 자격으로 임명됐으며 곧 정식 시장이 될 전망이다. 산둥성 성장에는 시 주석의 저장성 인맥인 자오이더 허베이성 부서기가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