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켓물색? 자기합리화?… 조주빈은 보육원에 왜 갔나

입력 2020-03-25 15:06

텔레그램 ‘박사방’ 주범 조주빈(25)이 검거 며칠 전까지 지역 내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봉사 단체를 찾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25일 인천 모 비정부기구(NGO) 봉사단체와 인천시에 따르면 조주빈이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군 전역 직후인 2017년 10월이다. 군대 동기와 함께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서였다. 이듬해 3월까지 성실한 활동을 이어갔으며 주기적으로 장애인 시설과 미혼모 시설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그해 3월부터 조주빈의 발길이 끊겼다. 그러다 1년 만인 지난해 3월 다시 봉사 현장을 찾았다. 조주빈이 텔레그램 내 ‘박사방’ 운영을 시작한 지 넉 달쯤 되는 시점이었다. 이때 조주빈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변해있었고 활동 중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일이 잦았다고 단체 관계자는 증언했다.

그런 조주빈은 2년5개월 동안 재활원, 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등 5곳에서 모두 55차례(231시간) 봉사 활동을 했다. 그중 아동들이 있는 보육원 2곳에서만 10차례 총 40시간을 보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대중들은 조주빈이 봉사단체를 다시 찾은 이유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범행 대상을 쉽게 찾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텔레그램 사건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다행히 보육원에서 조주빈과 접촉했던 아동 중에는 피해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2018년과 지난해 조주빈이 봉사한 보육원에서 지내다 퇴소한 아동 8명을 대상으로 피해 여부를 확인했다”며 “조주빈이 보육원 4~5개월에 한 번씩 가끔 들렀기 때문에 아이들이 조주빈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조주빈의 봉사활동 경력과 성범죄를 연결할 고리 역시 아직 확인된 게 없다.

일부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조주빈의 봉사활동이 자신의 악랄한 범행으로 인한 죄책감을 덜고 합리화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조주빈과 같이 치밀하게 범행을 꾸미는 범죄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적인 모습이며, 마치 가면을 쓰듯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조주빈이 만약 이같은 이유로 봉사활동을 다녔다면 비난의 가능성을 희석하려 했을 수도 있다.

앞서 조주빈은 이날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돼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박사방’ 피해자는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만 74명이며, 이중 미성년자는 16명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