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n번방 막는다…심리상담부터 신고까지 전방위 지원

입력 2020-03-25 14:14
중학생 A양에게 채팅 앱을 통해 접근한 ‘박사(본명 조주빈)’는 고액 알바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단순 심부름을 시키고 알바비를 이체했다. 이후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텔레그램으로 방을 옮겨 자신이 요구하는 대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게 했다. 개인정보와 영상이 유포될까 두려웠던 A양은 박사가 시키는 대로 했고, 박사는 다른 사람에게 시켜 A양 집 근처로 찾아가 성폭행하게 한 후 이를 강제 촬영했다.
A양 부모는 이 사실을 알고 ‘박사’를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지지동반자’(젠더폭력 분야 10년 이상 경력 보유)에 도움을 요청해 서울시는 경찰 동행 진술을 지원하고 변호사 선임을 통해 ‘n번방 사건’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또 영상물 삭제, A양과 부모의 심리치료와 연계해 지속적인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제2의 n번방 피해를 막기 위해 아동·청소년을 특화한 디지털 성폭력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우선 올해 전국 최초로 디지털 성폭력 전담 TF팀을 신설하고, 내년에는 아동·청소년에 특화된 ‘디지털 성폭력 통합지원센터’를 새로 만들 계획이다. 시는 그동안 전국 최초로 피해 영상 삭제 지원, 대응 가이드 제작·배포, 온·오프라인 통합 지원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 운영, 피해구제 1:1지원 서비스인 ‘지지동반자’ 운영 등을 통해 디지털 성폭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시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온·오프라인으로 통합 지원하는 국내 최초 플랫폼 ‘온 서울 세이프(On Seoul Safe)’를 운영하고 있다.

시는 오는 5월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긴급 신고하고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십대 전용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창구를 ‘온 서울 세이프’내에 신설한다. 전용 창구에서는 긴급 신고, 온라인 상담뿐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지원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요청할 경우 여성단체 전문 상담가와 연계해 피해 자료 채증 및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 동행 등을 통합 지원한다.

전문 상담사가 SNS를 통해 위험에 노출된 아동·청소년들을 조기 발견해 범죄 위험을 사전에 알리는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예방 및 조기개입 프로그램’, 텔레그램과 채팅 앱 등을 통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물 운영자, 구매자, 소지자 등 가해자를 추적해 고소·고발하는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추적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학교 내 디지털 성폭력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학생·교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부터 피해자 발굴 및 지원, 가해자 교육·상담까지 통합 지원한다. 시는 지난해 시교육청과 협력해 전국 최초로 초·중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했으며, 올해는 이를 초·중·고교생 2만 명으로 확대한다.

아동·청소년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교 내 찾아가는 상담을 지원하는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를 운영한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해 그 피해가 커진다는 점을 감안, 학교 내 예방교육 후 배포하는 지지동반자 안내 유인물을 통해 학생들이 젠더폭력 분야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지지동반자에게 1:1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지동반자는 n번방 사건 등 법률 소송을 지원하고, 변호사 선임비용(150만원) 지원 및 심리치료 연계(무료)를 통해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지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익명성을 무기로 한 디지털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족까지 죽이는 살인행위이자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질적인 범죄로,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우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서울시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 예방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아동청소년 전담 지지동반자'나 법률 지원서비스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방위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