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님,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착취범 조주빈(24)은 당당한 표정으로 준비한 말들을 내뱉었다. 범죄심리 전문가는 그의 발언이 고도로 계산된 것이라 분석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박사의 게임, 2라운드는 시작되었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조주빈의 발언을 해석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조주빈의 발언이) 역시나 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며 “(조주빈이) 맨 첫 번째로 손석희 사장을 언급한 건 ‘나는 손석희급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 시장을 언급한 건 ‘일베에 대한 지령’이라고 보았다. 조주빈은 과거 극우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활동하며 전라도 모욕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 프로파일러는 “(윤 전 광주시장에 대한 사과는) 일베 추종자들을 고무시키는 발언이다. 자신이 마치 순교자인 양 영웅심리를 나타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 프로파일러는 조주빈의 사과보다 “악마의 삶을 멈춰줘 고맙다”는 표현에 집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에 언론이 집중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다수에게 사과하는 건 안 하는 것과 똑같다. ‘모든’이라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악마의 삶 멈춰줬다’는 건 조씨가 ‘내가 한 게 아니다. 악마가 시켰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주빈이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과 김웅 기자,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언급한 건 이들 세 사람이 성 착취물과는 무관한 다른 사기 피해 사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세 사람을 각기 다른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 중”이라면서 “이분들이 어떤 동영상을 본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조주빈은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74명, 미성년자는 이 중 16명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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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