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청에도 구글 등 ‘뒷짐’…성범죄물 32%만 삭제

입력 2020-03-25 10:52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조씨 같은 제작‧유포자들에 의해 텔레그램, 구글 등 해외 인터넷망에 유통되는 성범죄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를 요청해도 32%만 삭제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구글·트위터 등 해외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요청을 받고도 삭제한 디지털 성범죄물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플랫폼 업체들의 방관 속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급증하는 만큼 강력한 규제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2월까지 방심위가 심의한 해외사업자의 디지털 성범죄물은 8만5818건에 달했다. 구글(드라이브), 트위터,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이 대상이었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물은 2016년 8186건, 2017년 1만257건, 2018년 2만5326건, 2019년 3만6005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구글 등이 방심위의 자율규제 요청에 따라 자체적으로 삭제한 디지털 성범죄물은 2만7159건으로 총 심의 건수의 32%에 그쳤다. 방심위는 나머지 68%인 5만8659건에 대해 접속을 차단했지만, 현재도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물을 차단하기 위해선 인터넷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삭제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구글·트위터 등은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성범죄물 삭제에 소극적이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이 방심위의 판단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를 하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박 의원은 해외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규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플랫폼이 해외 사업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국내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역외규정을 신설하고 국내 대리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예방·방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