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두 문장짜리 보도자료 배포
CNN “문제없다던 트럼프, 동맹국에 조용히 도움 요청”
백악관, CNN의 확인 요청에도 답변 안해
미국 정부, 비판 의식해 도움 요청 안 밝히는 듯
미국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미국 CNN방송은 백악관의 발표 내용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것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동맹국들에게 조용히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백악관은 이날 주드 디어 대변인 명의로 두 문장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에 관련해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막기 위한 양국의 노력을 논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미국 정부를 총동원하면서 생명을 구하고 경제성장을 위해 세계 지도자들과 협력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CNN이 지적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장비를 요청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미국이 코로나19 대처 장비 마련을 위해 동맹국과 다른 나라들에 도움을 호소한 여러 사례들 중 하나라고 보인다고 전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 국무부가 동유럽과 유라시아 지역에 특사들을 보내 의료장비와 보호장비들을 양산해 수출할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특정 국가들이 의료 장비 여분을 갖고 있거나 추가 생산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채우겠다는 희망으로 특정 국가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필요한 장비에 대한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상반된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의료장비 지원 요청과 관련해 백악관의 답변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도 “우리는 특정 국가에 어떠한 특별한 요구도 알지 못한다”고 CNN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미국 정부가 한국 지원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