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확진 5만명 돌파…“독감보다 못해” 트럼프 인식이 재앙

입력 2020-03-25 10:42 수정 2020-03-25 10: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정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병 두 달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과 검사 키트 준비가 늦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5만76명, 사망자가 646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실시간 집계 현황을 봐도 이날 오후 8시 기준 5만3740명이 감염됐고, 706명이 숨졌다. 지난 1월 21일 첫 양성 확진자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감염자가 5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근 코로나19 검사가 대폭 확대되면서 환자가 급증세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지난 19일 1만명을 넘긴 뒤 이틀 뒤인 21일 2만명을 돌파했고 이후 22일 3만명, 23일 4만명, 그리고 이날 5만명을 넘는 식으로 하루 1만명씩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미국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의 85%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했으며, 그 가운데 40%가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코로나19 안전지대로 꼽히던 미국이 바이러스 확산 거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는다. 사태 초기 중국 입국 금지 등 과감한 대책을 내봤지만, 점점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독감보다 못하다” “미국인의 위험은 매우 낮다”고 발언하거나 코로나19 대응 1차 예산으로 의회에 25억 달러(3조원)를 의회에 요청했는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서 금액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보당국이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대통령이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칼럼니스트인 맷 배이는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를 당파적 프리즘을 통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키트 준비가 늦어진 점도 감염자 수 급증에 한몫했다. 초기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진단 키트를 만들었지만 결함이 발견됐고, 다시 해결책을 찾기 위해 3주의 시간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구성원들과의 타운홀 형식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8일간 미국 내 검진 현황에 대한 수치를 제시하며 “단기간 한국보다 더 많은 검사를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여기에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최근 중국에 다녀온 경우, 감염자와 긴밀한 접촉을 한 경우 등으로 진단 대상을 국한해 지역사회 전파를 자초했고, 마스크·산소호흡기 등의 공급난이 예상됐지만 특별한 조처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두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극도로 느린 검사는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방해하고 바이러스가 이미 얼마나 멀리 퍼졌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