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조세 채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국가가 일본에 있는 A사를 상대로 낸 조세채권존재확인 소송 상고 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1964년 골프장 경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A사는 2006년~2007년까지 국내법인 B사에 3만2000주의 주식을 양도하면서, 양도대금으로 97억8000만엔을 받았다. 중부지방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A사가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국세청인 담당관할 세무서에 알렸고, 담당 세무서는 2011년 A사에 법인세 223억여원을 부과토록 고지했다.
A사는 이 같은 법인세 부과 처분에 불복해 조세 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A사는 2015년 5월 기준 체납액이 가산금 포함해 모두 331억여원에 이를 때까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국가는 납세고지 기준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다가오자 A사를 상대로 민법 168조 제1호에서 정한 ‘재판상 청구’를 통해 조세채권 소멸시효 중단을 청하기로 하고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 대한 채권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세기본법이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 외에 재판상 청구를 통해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했다. 2심도 “정부 측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 기간이 다가왔다”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대법원은 “A사의 재산이 국내에 없어 압류 등 취하지 못한데다 징수위탁을 위한 상호합의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 법인세와 가산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했다”며 “그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이 사건 소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