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드러낸 ‘악마’ 조주빈 “손석희 사장께 사죄” 언급, 왜?

입력 2020-03-25 09:02 수정 2020-03-25 09:13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취재진 앞에서 아리송한 말들을 내뱉어 의문을 자아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은 25일 오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 범죄자로는 최초로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은 미리 준비한 발언을 했다. 그는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 시장, 김웅 기자를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는 김웅 프리랜서 기자와, 손석희 사장의 공갈 미수 사건 공판기일 증인 신문이 열릴 예정이다. 조주빈은 자신의 얼굴 공개에 따라 해당 사건이 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사죄드린다”고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주빈은 발언 내내 정면을 또렷이 응시하는 등 당당한 모습이었다. 다만 “혐의를 인정하나”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나” ”어린 피해자들이 많은데 죄책감이 없었나”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갓갓(n번방 운영자)을 아는가” 등 취재진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이날 조주빈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목 보호대를 착용한 채 정수리 부근에 밴드를 붙였다. 지난 16일 경찰에 붙잡힌 직후에는 범행을 부인하며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수리 부근에 붙인 밴드는 당시 입은 상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주빈은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주빈을 포함한 공범들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직접 찾아내 위협하기도 했다.

조주빈은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74명, 미성년자는 이 중 16명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법 조항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동음란물제작)을 비롯해 형법상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및 성폭력처벌법 등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주빈의 범행이 악질적·반복적이라고 판단하고 이달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주빈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살인죄가 아닌 성폭력범으로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이날 경찰서 앞에서는 민중당·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등 시민단체들이 ‘조주빈에게 법정최고형 선고하라’ ‘입장자 전원 수색·처벌하라’ 등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