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연기 확정… 아베-바흐 “1년 내 개최” 합의

입력 2020-03-24 21:38 수정 2020-03-24 21:59
아베 총리가 먼저 “1년 연기” 제안
바흐 위원장 동의, IOC 이사회 소집
“IOC 논의, 수일 내 결론” 전망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둔 지난해 7월 24일 도쿄에서 나란히 앉아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의 연기가 확정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4일 전화통화로 합의한 1년 연기가 유력하다. 올림픽은 이제 IOC 내부에서 시기에 대한 이견이 없는 한 2021년 여름 전 개최를 목표로 추진된다. IOC가 올림픽 연기를 수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바흐 위원장과 전화 회담을 마치고 만난 기자들에게 “올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고, 바흐 의원장이 동의했다”며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 올림픽을 개최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올림픽 1년 연기’는 세계 체육계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대안이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이 아베 총리와 동석했다. 올림픽 실무를 담당하는 일본 내 최고위급 인사들이다. IOC의 확정 발표와는 별개로 일본 안에서 올림픽 1년 연기를 위한 실무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IOC와 일본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난 12일 이후에도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했지만 세계 체육계에서 들불처럼 번진 비판 여론에 의지를 꺾었다.

IOC는 지난 23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마치고 “연기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앞으로 4주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도 “온전하게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면 연기는 하나의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OC는 당초 약속한 4주보다 빠르게 논의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 IOC 내부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몇 주를 소요할 사안이 아닌 만큼 수일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의 전화통화만 해도 나란히 ‘연기’를 언급하고 하루 만에 성사됐다. IOC는 바흐 위원장과 아베 총리의 전화 회담을 마친 뒤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아베 총리는 25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올림픽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은 이날 전화 회담에서 “올림픽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 연기는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고, 관객이 안심하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의 한 시민이 23일 시내 건물에 설치된 2020 도쿄올림픽 포스터 현수막 앞을 마스크를 쓴 채로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은 올림픽 취소의 극단적인 상황을 면했지만, 연기만으로도 막대한 경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올림픽 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한 대금과 인건비, 한시적으로 구성한 올림픽 조직위원회 활동 자금은 연장되는 기간만큼 늘어난다. 숙소나 대중교통과 관련한 자원봉사자를 새롭게 모집하면서 발생할 추가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도쿄도 주오구 하루미에 건설된 올림픽 선수촌은 2023년 3월부터 주거시설로 전환돼 일반 입주가 시작된다. 올림픽 연기가 입주 지연으로 이어지면 보상 요구나 계약 취소가 속출할 수 있다. 입주 예정자의 손실은 일본 정부의 외면을 받아도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전환된다. 여기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도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내년도 중등학교 교과서는 올림픽의 올해 중 개최를 전제한 기술이 등장해 정정이 불가피하다. 교과서를 포함한 간행물을 다시 제작·인쇄하는 비용도 작지 않은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일본의 경제 손실을 6408억엔(약 7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경기장·선수촌의 유지·관리, 대회 준비 연장으로 발생할 예산과 비용을 합산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올림픽 순연 기간을 줄일수록 경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