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감자 없어요.”
지난 24일 마지막 ‘포켓팅’(포테이토+티켓팅의 합성어)에 실패한 이들이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아쉬움을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자 가격이 폭락하자 강원도는 ‘농가 돕기’ 명목으로 온라인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는데, 이 대책은 빅히트를 쳤다.
농가 돕기라는 ‘착한 소비’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감자 10㎏을 5000원에 판매해 소비자 입장에서 괜찮은 조건이기도 했다. 강원도의 ‘감자 온라인 특판전’은 지난 11일 시작해 이날 오전 10시7분까지 12일이 채 되기 전에 5만 상자 완판에 이르렀다. 판매 기간 중에는 연일 1~2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이렇게 ‘PTS’(Potao+BTS의 합성어) 신드롬은 일단락됐다. 강원도는 감자에 이어 튤립 등을 판매하기로 했다.
때 아닌 감자 열풍은 코로나19로 식자재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형성됐다. 직격탄을 맞고 있는 농가와 어가가 팔지 못한 채소 등을 버리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유통업계와 소비자가 ‘착한 소비’에 힘을 합치는 모양새다. 감자를 비롯해 사과, 갈치, 전복, 장어, 광어, 화훼농가의 꽃 등이 다양한 특판 행사를 통해 팔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26일부터 충남 친환경 농가들이 급식 납품을 위해 쌓아놓은 시금치, 대파, 상추 등의 채소류와 딸기, 토마토 등 과일류 등을 판매하는 ‘충청남도 친환경 농산물 기획전’을 진행한다. 계속되는 개학 연기로 급식 식자재 공급이 막히면서 힘들어진 농가를 돕기 위한 명목에서다. 롯데마트는 친환경 양송이, 대파, 양파 등 16개 품목 122t 규모의 물량을 확보했다.
11번가도 급식 중단으로 판로가 막힌 친환경 농수산물 유통에 나섰다. 11번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친환경 감자, 당근, 고구마, 토마토, 상추, 시금치 등을 ‘꾸러미’ 형태로 구성해 시중보다 20~30%가량 싸게 내놨다.
11번가는 저장성이 떨어지고 봄철에 주로 생산돼 피해가 큰 10개 품목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경남 창원(감자), 충남 홍성(대파) 태안(시금치) 공주(오이) 논산(토마토), 제주(당근) 등 각지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모았다. 임혜진 11번가 상품기획팀 MD는 “농가들이 온라인몰에서 판매가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11번가에서 직접 제품 사진을 촬영하고 판매 페이지를 만드는 등의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22일 경기 김포, 성남 등 화훼농가에서 1만개의 화분을 매입해 소비자들에게 증정하는 행사를 가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졸업식과 입학식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70%가량 급감한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행사였다.
수출길이 막히고 내수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가 돕기도 계속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9일부터 초대형 민물장어 한 마리를 기존 이마트 판매가보다 절반 낮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민물장어는 고급 일식집이나 장어 전문점 등에서 주로 판매되는데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침체되면서 민물장어 어가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전라남도 영암에 위치한 한 민물장어 어가 양만장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2월, 3월초 출하 물량이 전년 대비 45%정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출도 예전만 못 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갈치의 1월 수출량은 397t으로 전월보다 27.0% 감소했고, 전복은 최근 5년을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가격으로 유통됐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국산 갈치, 전복, 오징어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광어도 수출이 급락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광어 산지 가격은 2㎏원물 기준 ㎏당 8072원으로 지난해 1만388원보다 22.3% 하락했다. 전복의 경우 지난달 수출액이 20%가량 줄면서 산지 가격은 15% 정도 떨어졌다. 롯데마트는 어가 돕기 명목으로 지난 19일부터 광어와 전복 가격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