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신의 선물’이라고 한 말라리아 치료제 복용 미국 60대 숨져

입력 2020-03-24 18:32
미국 애리조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려고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인산염’을 복용한 60대 남성이 사망하고 함께 복용한 부인이 중태에 빠졌다.
3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CNN 방송 등은 집에 보관 중이던 클로로퀸 인산염을 먹은 이 부부가 복용 30분 만에 병원에 실려갔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주목받는 말라리아 치료제다.

피닉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의료기관 배너 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도 쓸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보통 수족관에서 수조를 청소하는 데 쓰이는 첨가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자가 치료를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CNN은 클로로퀸이 말라리아와 함께 결핵성 피부병인 낭창 등에 대한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처(FDA)에 의해 승인받은 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검증되지 않은 클로로퀸에 대한 과대포장 위험성 경고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언급을 공개적으로 반복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그것(클로로퀸)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 줬다”며 “우리는 처방전에 의해 즉시 그 약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프랑스와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도움이 됐다는 초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클로로퀸과 유사한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16일(현지시간) 미국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AP 뉴시스】

미국의 대표적인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는 임상시험으로 이 약품이 코로나19에 적합성이 검증될 때까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파우치 소장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와 ‘입증되지 않은’ 보고 등을 듣고 사용을 추진해보자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의 일은 과학적 관점에서 약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하는 것이지 약의 효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있는 뉴욕주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24일부터 시험약 사용을 승인키로 한 바 있다. 뉴욕주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7만정, 지스로맥스 1만정, 클로로퀸 75만정을 각각 확보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