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부친’ 유럽 입국자 전수조사, 유증상 중심으로… 검역체계 재정비

입력 2020-03-24 17:56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 입국자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정부가 사흘 만에 다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입국하면서 공항 검역에 정체가 빚어지자 무증상자는 시설이 아닌 집으로 보낸 뒤 검사를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 입국자의 검역 관리 필요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공항 검역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유럽지역 유증상자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24일 오후 2시부터 내국인 무증상자는 자가격리하고 관할 보건소에서 입국 후 3일 이내에 검사를 실시하도록 안내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유럽 입국자는 무증상자라도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해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오면 자가격리를 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유럽 입국자가 예상보다 많자 계획대로 검역체계를 운영하기 힘들어졌다. 무증상자가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임시생활시설은 1000여실인데 유럽 입국자 전수조사를 시작한 첫날(22일)에만 1444명이 입국했다. 전날에도 1203명이 유럽에서 입국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입국자를 다 수용하기 빠듯하다.

이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20대 여성은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검사를 받고 임시생활시설이 아닌 강원도 원주 친척집에서 머물던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프랑스 유학생인 20대 남성도 공항에서 검사를 받고 부모와 함께 자차로 귀가 후 확진 통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친척, 남성의 부모 등 3명이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됐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생각보다 많은 유럽 입국자가 있어 잠시 혼선이 있었다”며 “입국자들이 검체 채취 후 결과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기가 어려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갑을 씌운 다음 최소한으로 접촉범위를 줄여서 자가로 이동하도록 조치를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행정력의 한계에 공감하면서도 접촉자 발생 우려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1일 1000명씩 발생하는 입국자를 시설에 수용하기는 무리”라며 “무증상자는 자가격리를 철저히 하게 하고 이동 시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등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외 유입뿐만 아니라 정부는 국내 감염 위험성 차단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대본은 전날 종교시설, 일부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 실태 조사를 벌여 지침 위반 행위가 심각한 454곳에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중 442곳은 종교시설, 12곳은 체육시설이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방역책임자 배치, 발열체크 등 수칙을 지속적으로 지키지 않은 곳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사업장이 방역 지침 준수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강남구 관계자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기구 배치를 조정해 1~2m 거리를 확보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용객이 많아지는 저녁 시간대에는 별 소용이 없어진다”며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거리 유지를 강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마포구 관계자도 “술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거리를 유지하며 앉아달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