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경영난을 겪는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신생 LCC 에어로케이에선 때아닌 ‘경영권 분쟁’이 일고 있다. 이사회 재구성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최대주주 측과 이를 막으려는 현 경영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청주공항을 살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던 충청북도 지역사회에서는 에어로케이의 내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으로 실패의 길을 걸었던 한성항공의 전례를 에어로케이가 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도 에어로케이 경영권 분쟁이 항공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면허 취소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로케이는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 교체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AIK)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에어로케이 이사회 총 8명 중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안건을 의결한바 있다. AIK는 사내이사에 박장우 에어로케이·에이티넘파트너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기타비상무이사에 오준석 에이티넘파트너스 상무를 새로 선임하고, KBS ‘가요무대’를 진행하는 김동건 아나운서와 검사 출신 옥선기 변호사를 사외이사에, 장두순 삼덕회계법인 회계사를 감사로 각각 지명했다. 에이티넘파트너스는 1조원을 가진 거부로 알려진 이민주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반면 현 경영진은 항공운항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이전에 경영진을 교체할 경우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대한다. 에어로케이는 다음달 중 국토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를 발급받아 운임을 고지한 뒤 5월 중 청주~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경우 사업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커져 운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항공업계 일부에선 항공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경영난을 지원하는데 시선이 쏠린 틈에 이 회장을 필두로 한 세력이 에어로케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한다. 결격사유가 없는 적임자를 대표자(현 강병호 대표)로 내세워 항공면허를 취득한 뒤 곧바로 경영진을 교체하는 ‘면허우회행위’라는 것이다. 또 경영권 분쟁 끝에 투기자본이나 외국인이 항공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종의 투기자본이 모회사를 내세워 자회사를 간접적으로 경영하는 방식이 허용될 경우 외국인도 투자를 통해 국내 항공사를 경영하는 사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항공안전법 10조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항공사) 주식 혹은 지분의 2분의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할 수 없도록 명시해놨다. 하지만 모회사 설립 후 자회사를 통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금지하거나 제재하는 수단은 없다. 업계 안팎에서도 이 회장이 과거 국내 기간사업체를 해외투기자본에 매각한 점, 일가가 외국 국적인 점에 대해 거부감이 없지 않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나 투기자본이 항공사업면허를 얻은 뒤 국가 인프라를 활용해 사익을 편취하는 게 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공항을 중부권 허브공항으로 키워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려던 충청북도에서는 에어로케이의 내분이 항공운항 실패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경영권 분쟁 끝에 실패의 길을 걸었던 한성항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성항공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 신뢰도 하락→투자유치 실패→운항품질 하락→사고 발생’의 악순환을 겪었었다. 항공기 타이어 펑크, 랜딩기어 파손, 엔진고장 등 사고가 발생했지만 경영이 불안정해 후속조치를 적절하게 취하지 못하며서 급격한 하락세를 맞이했다.
충청북도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에어로케이 운항을 시작으로 청주공항을 지역경제의 핵심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통망 구축 등 각종 인프라 투자를 진행중이다. 충청북도는 에어로케이가 분격적으로 운항하면 5276억원의 생산·부가가치와 1005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철웅 충북선진포럼 상임의장은 “에어로케이는 사기업이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사업계획을 믿고 충북도민 등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항공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면 집단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투기자본이 항공사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항공안전에까지 위협을 가할 경우 면허 취소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토부는 지난해 3월 에어로케이가 국토부로부터 항공운송면허를 획득하자마자 현 강 대표이사를 해임하려던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움직임을 저지한바 있다. 면허발급은 현 경영진의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허가한 것이며 안전한 운항을 위해선 안정적인 경영상태가 유지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리하게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안전 운항에 영향을 미친다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박구인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