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올해 추도식은 열지 않기로 했습니다.”
매년 3월 26일 대구시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열리던 ‘개구리소년 추도식’이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다섯 소년 들 가운데 한 명인 철원 군 아버지 우종우 씨와 사단법인 전국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등은 “오는 26일 아이들 유골발견 장소인 대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열린 예정이던 ‘개구리소년 29주기 추도식’을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우 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구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적극 협조하는 차원에서 유족들이 논의한 끝에 올해 추도식은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 씨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6000명이 넘게 발생하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유족들이 행사를 취소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하루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돼 모든 국민들이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28주기 추도식’은 지난해 3월 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에서 열렸다.
지난해 추도식에는 개구리소년 유족, 사단법인 전국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전미찾모)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추모 화환을 보냈고 그해 9월 사건현장을 직접 찾아 재수사를 약속했다.
민 청장은 지난해 9월 20일 개구리소년 사건 발생 장소인 대구 와룡산 현장을 찾아 “유족 등에게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모든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 유류품을 재검증해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이날 경찰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개구리소년 사건 현장을 찾아 수사 경과를 듣고 유족 등과 함께 소년들을 추모했다.
그는 “한스러운 삶을 살고 계시는 유족들을 뵈니 마음이 무겁다”며 “큰 책임감을 갖고 하루 빨리 범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오전 도롱뇽알과 탄피를 줍기 위해 와룡산에 올라간 9∼13세 소년 5명이 실종되면서 시작됐다. 경찰 등은 소년들이 마지막으로 간 와룡산 일대를 중심으로 연인원 32만여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11년 6개월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와룡산 4부 능선에서 실종된 소년 5명의 유골이 발견됐다. 실종 소년들이 살았던 마을에서 약 3.5㎞ 떨어진 곳이었다.
유골 감식·부검 결과, 경북대 법의학팀이 “두개골 손상 등 흔적이 발견돼 타살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후 살해용의자 관련 제보만 경찰에 1500건 이상 접수됐다. 그러나 모두 허위제보였고 지금까지도 실종·사망 경위 규명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지난 2006년 3월 25일로 만료돼 현재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찰은 사건을 종결 처리하지 않은 채 수사를 이어오다가 2015년 12월 내사중지 상태로 전환했다. 지난 4월부터는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기록 재검토, 첩보 수집 등을 하고 있다.
전국미아·실종 가족 찾기 시민 모임과 유족들은 매년 실종일인 3월 26일에 유골이 발견된 현장에서 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 단체와 유족들은 수년 동안 개구리소년들을 위한 추모시설 건립과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유족 심리 치료 등을 대구시와 경찰에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별 성과가 없다.
유족들은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아이들 원혼을 달래주려면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며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우리 아이들 사건도 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 씨는 “지난해 경찰청장이 재수사를 약속하면서 사건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국민들 관심에서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재수사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