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결론 낸 부분까지 논쟁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PT)을 한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허익범특검 측은 24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심리로 열린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새 재판부의 소송지휘 방침에 이같이 반박 입장을 펼쳤다.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교체된 직전 재판부는 지난 1월 열린 직전 공판에서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는데, 새로 바뀐 재판부가 “PT 변론을 하게 해달라”는 김 지사 측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자 특검 측이 항의한 것이다. PT를 하게 될 경우 앞선 재판부가 잠정 결론을 내린 부분에 대해 새롭게 다퉈야 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재판부는 그러나 “특검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재판부 구성원이 2명이나 바뀐 상태에서 전반적인 PT변론이 심리에 도움이 된다”며 “(재판부가) 바로 판단하기보다는 충분히 의견을 듣는 게 옳다고 생각된다. 저희에게 기회를 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다음 기일에 특검 측과 김 지사 측이 각각 2시간씩 PT 변론을 진행하도록 했다.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대폭 교체됐다.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와 최항석 부장판사가 전보됐고, 함상훈 부장판사와 하태한 부장판사가 새로 들어왔다.
김 지사 측은 이날 향후 변론 요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 측 김종복 변호사는 “‘드루킹’ 김동원씨가 김 지사에게 보낸 모든 자료나 대화내용 중 ‘킹크랩’에 대한 것은 없다”며 김씨와 김 지사 간 공범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킹크랩을 이용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댓글 공감·비공감 표시 조작과 김씨가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선플’ 활동은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가 김씨에게서 경인선 활동에 대한 자료는 받았지만 이는 범죄가 되지 않고, 김씨 범행의 핵심 증거로 꼽힌 킹크랩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조심스럽지만 재판부가 변경됐기 때문에 앞선 재판부의 잠정적 결론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체 전 재판부가 김 지사 측에 불리한 심증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새 재판부는 특별히 구애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김씨와 ‘둘리’ 우모씨를 다시 증인 신문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지사의 항소심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7일 열릴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