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깨알’ 지침 내린 교육부, “못 지키면 문 닫아야”

입력 2020-03-24 16:23

앞으로 학원들은 학생 사이의 간격을 1~2m 띄워 수업해야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심환자 발생에 대비한 별도 격리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 학원은 주1회, 대형·기숙형 학원은 주2회 이상 전문적인 방역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학생 위생·방역을 담당하는 직원을 지정하거나 전담팀을 꾸려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학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학원 내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를 발표했다. 학원이 영업을 계속하려면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 성격이다. 학원은 민간 영역에 속한다. 학교처럼 일괄적으로 휴업을 명령할 수 없다. 정부가 그동안 학원에 휴업을 권고해 왔지만 유명무실해지면서 학원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무풍지대가 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배포, 정부·지자체 단속, 집합금지명령, 미이행 학원 처벌’ 절차를 밟으며 학원 영업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필수방역지침(가이드라인) 준수를 점검해 위반 학원에는 감염병예방법에 의거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집합금지명령 미이행 학원에는 최대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되고 확진자 발생 시 입원·치료·방역비 등 손해배상도 청구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면 38개 항목이다(아래 코로나19 학원 감염예방 관리 체크리스트 참조). 이런 ‘깨알’같은 지침을 지킬 자신이 없으면 문을 열지 말라는 뜻이다. 먼저 학생 좌석 간격을 1~2m 유지토록 했다. 그러려면 강의실 당 수강 인원을 줄여야 한다. 교습시간과 휴식시간, 등·하원 시간을 조정해 학생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 학생을 포함해 모든 학원 출입인원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고 마스크 없는 학생은 학원 측이 지급하도록 했다. 또 출입문·강의실·통학차량·엘리베이터 등 학생 주요 동선에 있는 시설을 하루 2회 이상 소독하고 소독 대장에 기록해야 한다.

별도 격리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의심환자 발생 시 보건당국의 조치가 있기 전까지 의심환자가 대기하는 공간이다. 출입문을 닫을 수 있어야 하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격리공간에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출입하도록 한다. 모든 강의실에 체온계와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학부모를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 기숙형 학원의 경우 면회·외출·외박을 통제하고 신규 입소를 제한한다. 급식시설을 운영할 경우 학생 접촉 최소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그러나 학원들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 당국은 줄곧 휴원을 강력 권고해왔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휴원율이 11.3%에 그치는 상황이다. 학원가 몰린 지역일수록 휴원율이 떨어진다.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교육 당국의 학원 단속이 그동안 여론 무마용 엄포에만 그쳐 왔다는 ‘학습효과’가 크다.

교육부는 사교육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사정기관을 동원한 대대적인 단속 계획을 밝혀왔지만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론이 잦아들면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단속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실제 단속과 처벌보다 예방 효과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공교육 파행 장기화와 불확실성 증가로 사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대다수 영세 학원들이 심각한 운영난에 직면한 상황도 동시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일단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동참하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임대료와 강사 급여도 나가야 하는데 정부 지원은 거의 없어 무작정 문을 닫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 “세종시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와 휴원해왔지만 이제 한계다”라면서 “정부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는 상황에서 다음 주 학원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및 초·중·고·특수학교용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 다음 달 6일 개학을 목표로 일선 학교들이 준비해야 할 지침이 담겼다. 모든 학교는 개학 전에 전문 소독업체에 위탁해 학교 전체를 특별소독해야 한다. 열이 나는 등 의심 증상이 있는 학생·교직원은 사전에 파악해 등교 중지 조처한다. 정부는 개학 전에 모든 학교에 보건용 마스크(KF80 이상)와 일반용 마스크(면마스크)를 충분히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개학 후 학교에서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나올 경우를 대비한 보건용 마스크는 개학 전에 총 758만장을 비축하기로 했다. 현재 학교에 377만장이 있고 다음 달 3일까지 부족분을 채운다. 이상 징후가 없는 학생을 위한 면마스크는 현재 학교에 867만장이 있으며, 다음 달 3일까지 1200만장을 추가해 2067만장을 비축키로 했다. 학생당 최소 2장씩 나눠줄 수 있는 양이다.

개학하면 학생 좌석 간 간격을 최대한 떨어뜨리고 창문을 수시로 개방해 환기한다. 학년별 수업 시작·종료 시각을 다르게 해 학생 접촉을 최소화한다. 급식은 학교별로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결정한다. 개학 후에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학교와 보건 당국이 확진자 수와 이동 경로 등을 함께 고려해 학급·학년 또는 학교 전체에 14일간 등교 중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코로나19 학원 감염예방 관리 체크리스트>

학원 공통
1) 학원 출입 시 ‘사전위생 확인 담당 직원’ ‘코로나19 증상 신고접수 담당 직원’ 지정
2) 학원 관리자-교육당국·지자체 비상연락 체계 유지
3) 학원 출입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및 손 세정 사용 이후 출입. 원내 마스크 착용
4) 학원 출입자 전원(통학차량 포함) 발열체크 및 호흡기 증상 1일 2회 이상 확인
5) 학원 출입자 전원 최근 2주 해외 여행력 확인
6) 유증상자 및 해외 모든 국가 여행력 있는 인원, 확진자와 접촉 인원 출입 제한·고지
7) 학생·강사·직원 코로나19 휴가(등원 중단) 시 불이익 금지(학생 등원 중단 시 환불)
8) 영유아, 장애인, 기저질환 있는 인원 등 감염 취약계층 이용 자제 안내·관리
9) 학생 강사 직원 대상 코로나19 질병 정보 및 감염 예방수칙, 행동요령 교육
10) 코로나19 예방수칙 등 각종 홍보물 학원 내 주요장소 부착
11) 수업 전 창문 환기하고 수시 환기
12) 화장실에 손세정제(액체비누), 손소독제, 휴지 충분히 비치
13) 체온계는 교실·통학버스 당 1개. 손소독제 각 교실별 1개, 층별 2개 이상 비치
14) 기침 시 사용한 휴지 바로 처리 가능토록 쓰레기통 곳곳에 비치
15) 출입문 강의실 통학차량 엘리베이터 등 주요 공간 일상 소독(하루 2회 이상, 대장 작성)
16) 학원 주요 공간 주1회 이상 전문방역소독 실시
17) 의심환자 발생 시 격리 가능한 별도 공간 마련(문 닫을 수 있고 환기 잘되는 공간, 보건용 마스크 착용자만 출입토록 제한)
18) 강의실 내 학생 간격 1~2m 이상 확보, 마주보지 않기, 지정좌석 이용, 강의실 당 정원 감축
19) 교습시간 및 휴식시간, 등·하원, 출·퇴근 시간 조정해 학생 접촉 최소화
20) 학생 모이는 실내 휴게실 등 다중 이용공간 폐쇄
21) 공동 사용 수업자료 이용, 실내 체육활동, 신체 접촉 많은 교습과정 제한

대형학원·기숙형 학원
22) 방역 및 학생 모니터링, 일일상황 관리 등 맡는 비상 대응팀 구성
23) 주2회 이상 전문 방역소독
24) 분반, 교습시간 조정 등을 통한 강의실 및 자습실 내 학생 밀집도 조정(학생 거리 1~2m)
25) 학생 등원여부, 등·하원 시간, 체온, 호흡기 증상 등 기록하는 등원명부 작성·관리·보관
26) 학생·직원·강사 대상 매일 발열 및 호흡기 증상여부, 해외여행력 자기문답식 서류 작성·보관
27) 보호자·외부 방문자 학원 출입 제한, 불가피한 출입 시 방문시간·연락처 확보
28) 1인 1실 운용. 다인실 경우 침대가 거리 충분히 확보(기숙형 학원)
29) 입소생 명부 작성. 매일 발열·호흡기 증상 기록(기숙형 학원)
30) 입소생 매일 2회 이상 발열 검사(기숙형 학원)
31) 상황 종료까지 신규 입소 제한. 입소생 면회·외출·외박 제한(기숙형 학원)

학원 급식시설
32) 학생 접촉 최소화 방안 마련(강의실 배식, 학생 시차 및 학생 거리 이격, 칸막이 설치, 마주보고 식사하지 않도록 지도 등)
33) 급식개시 전 급식소 전체 소독, 학생 접촉 빈번한 시설·기구 매일 청소·소독
34) 식당 입구 손 소독제 비치하고 식사 전 사용토록 지도
35) 배식·식사 중 대화 삼가고, 배식 대기 시 간격 유지 지도
36) 급식 후 수업시작 전 학생 거리 유지토록 지도
37) 급식종사자 하루 2회(출근 직후, 배식 전) 건강상태 확인
38) 배식 시 위생마스크 및 일회용장갑 착용해 오염 방지

(자료: 교육부 ‘학원 내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 자료 재구성)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