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 성지인데…” 새만금 해창 장승벌 매립 계획 논란

입력 2020-03-24 16:03
이만수 작가가 찍은 전북 부안 해창갯벌의 모습.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 제공.

2023년 새만금 세계 잼버리대회를 앞두고 전북 부안군 해창 갯벌에 조성돼 있는 장승벌을 매립하려는 계획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가 해창 갯벌을 잼버리대회 진출입로로 정하자 종교‧시민단체들이 “새만금 보전운동의 성지를 훼손하지 마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새만금 잼버리 시험 무대격인 2021 프레 잼버리에 맞춰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해창 갯벌을 행사장의 주진입로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새만금 내측 간선도로 공사가 늦어지면서 변산면 대항리 1호 방조제 일원 주 야영장으로 통하는 길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해창 갯벌이 매립될 예정이어서 전북도 등은 시민단체에 갯벌 위에 있는 장승들의 이전을 요구했다.

이에 전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해창 장승벌 보전을 염원하는 전국의 종교·시민·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새만금 장승벌 매립 계획을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장승벌을 매립하겠다는 것은 지난 20년간 지켜져 온 새만금 보전운동의 성지를 훼손하는 것이자 자연과 인간이 공존토록 한 스카우트 정신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매립공사는 2000억 원대에 달하는 예산 낭비이자 미세먼지만 유발할 게 뻔하다”고 지적하고 “새만금 잼버리를 친환경적으로 개최하려면 지금의 원형 부지를 그대로 야영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만㎡ 가량의 해창 갯벌은 2000년부터 지역 어민과 4대 종단, 환경단체, 문화·예술인 등이 새만금 사업에 반대하며 갯벌을 지켜내자는 염원을 담아 50여개의 장승을 세운 갯벌이다. 2003년 3월 65일간 서울광화문까지 향했던 ‘갯벌 보존 삼보일배’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곳은 각종 단체와 학생들의 환경교육장으로 이용돼 오며 새만금 보전운동의 성지로 인식돼 왔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자 전북도 등은 장승의 이전과 박물관 전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오는 27일 시민사회단체와 관계기관이 만나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3년 8월 1∼12일 부안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제1지구(880만㎡)에서 열릴 예정인 제25회 세계잼버리대회는 5만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