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조원태 1승, 반도건설 의결권 5% 제한돼

입력 2020-03-24 17:11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 측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범위와 관련해 법원에 요청한 가처분 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이날 반도건설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반도건설은 늦어도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에게 임원 선임을 마지막으로 요구한 작년 12월16일부터는 경영 참가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게 됐음이 미뤄 판단된다"며 "그로부터 5일 이내에 보유 목적의 변경 보고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반도건설은) 고의나 중과실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반도건설이 보유한 주식 중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8.2% 중 3.2%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을 받는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유효한 지분을 기준으로 3자 연합은 당초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8.20%)의 지분을 합해 31.98%를 확보했으나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28.78%로 내려앉게 됐다.

앞서 이달 초 반도건설은 주주명부 폐쇄 전에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지분율 8.2%)에 대해 오는 27일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도건설은 당초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단순 투자'로 명기했다가 올해 1월10일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작년 말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조원태 회장에게 만나자고 요청해 그룹 명예회장직을 요구한 사실을 공개하고 "변경 공시 이전부터 권 회장이 경영 참여를 요구해 온 만큼 이는 명백한 허위 공시"라며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과 조 회장의 만남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며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원은 또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의 의결권(3.79%) 행사를 금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사내에서 조 회장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자가보험과 사우회의 의결권 3.79%는 조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그룹 '백기사' 델타항공의 지분 10.00%를 확보했으며, 중립에서 다시 '백기사'로 입장을 선회한 카카오(1.00%),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지분 3.79%와 GS칼텍스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0.25%까지 포함하면 총 37.49%를 확보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적어도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쥔 만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