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관광 경기가 석 달째 바닥을 치면서 전국에서 빚이 가장 많은 제주지역 가계의 연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채무가 많은 상황에서 실물경제 타격이 장기화하면 연체율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 금융권은 물론 가계 차원의 리스크 관리에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경제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의 경제 규모(지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2.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57.1%보다 25%p나 높았다.
가구당 평균 가계대출 규모는 6406만원으로, 전국 평균(5288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많았다.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도 높아졌다. 제주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연체율이 각각 0.29%로 모두 전년보다 상승한 가운데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국 평균(0.26%)을 웃돌았다.
이처럼 가계 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올들어 제주경제에 관광 부문과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악재가 얹어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외국인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관광 서비스업(제주 19%, 전국 13.7%) 비중이 높은 제주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노지감귤 판매 부진으로 농산물 출하액이 줄었고, 설 명절 조업일수 감소로 수산물 출하량도 하락했다. 개발공사 파업으로 제조업 생산이 음료업을 중심으로 대폭 하락한 데 이어 건설 수주액도 급감하는 등 제주 실물경제를 이루는 상당수 업종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업계 매출 감소는 고용시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도소매 숙박 음식점업 등의 2월 취업수자 수가 1월과 비교해 9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실업급여 신청자는 15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3.6% 증가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는 가계대출이 많고 연체율 상승 속도가 빨라 관광산업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연체율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며 “금융권은 물론 가계 차원에서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