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파운드 IOC 위원, 올림픽 연기 기정사실화
미국올림픽위원회 침묵 깨고 “연기가 최선” 성명
올림픽 중계방송사인 미국 NBC가 “2020 도쿄올림픽의 다른 시나리오를 계획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올림픽 개최 방식 변경 논의에서 중계권의 손익계산을 우선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연기, 대회 규모 축소, 무관중 경기를 포함한 올림픽 대안 논의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NBC스포츠 대변인은 24일(한국시간)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IOC, 일본 정부, 세계 보건당국의 결정을 지지할 준비가 됐다”며 “전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쿄올림픽 시나리오를 계획하는 IOC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NBC는 올림픽 중계방송 시장에서 가장 큰 자본을 들인 방송사다. 이미 2011년 IOC에 올해까지의 중계권료로 43억80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를 지불했다. 2014년에 77억5000만 달러(약 9조7000억원)를 추가해 계약을 2032년까지로 연장했다.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NBC 광고는 이미 90%가 판매됐다. 그 금액만 12억5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다. 올림픽 방송 광고 사상 최고액으로 추산된다.
올림픽 개최 방식 변경에 따른 NBC의 경영상 손실은 광고 판매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NBC는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사업도 준비했다.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을 올림픽에서 홍보해 앞으로의 스포츠 중계방송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노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올림픽 개최 방식 변경에 무게가 실리면서 NBC의 광고 계약과 사업 계획 변경은 불가피해졌다.
IOC는 전날 긴급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병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집행위는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다음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도쿄올림픽 조직위, 일본 정부, 도쿄도와 전면적으로 조정해 연기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하겠다. 앞으로 4주 안에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IOC는 취소를 제외한 연기, 대회 규모 축소, 무관중 경기와 같은 시나리오를 놓고 올림픽 개최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4월 중순 전까지 올림픽 개최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 연기는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안이다. 미국 야구, 유럽 축구처럼 이미 편성된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 일정을 감안할 때 1년 연기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세계 체육계에서도 올림픽 1년 연기에 무게를 실은 발언이 나오고 있다. 딕 파운드 IOC 위원은 이날 미국 일간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IOC가 갖고 있는 정보에 근거해 연기를 결정했다. 남은 변수가 있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경기가 7월 24일에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 위원은 캐나다 수영선수 출신으로, 현역 IOC 위원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재직했다. 1987년 IOC 위원으로 선출돼 부위원장, 집행위원을 지냈다. 파운드 위원의 발언은 IOC 집행부에서 모아지고 있는 중론일 가능성이 크다.
IOC의 206개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중 가장 큰 존재감을 가진 단체로 평가되는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선수가 공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IOC의 필요한 절차를 독려한다. 연기가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육상·수영·체조 경기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올림픽 연기론은 전 종목을 총괄하는 USOPC의 성명으로 무게감이 더해졌다. USOPC가 지난 주말 선수 4000여명의 대상으로 올림픽 강행·연기를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예정대로 개최되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없다’고 답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