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타 금연하겠다고?…되레 ‘다중 담배 사용자’ 된다

입력 2020-03-24 11:55 수정 2020-03-24 11:57

일단 담배를 피우는 성인이나 청소년이 흡연량을 줄이거나 금연을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로 갈아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가운데 8명은 일반 담배와 액상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고 금연 성공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이 금연은커녕, 오히려 ‘다중 담배사용자(multiple user)’를 만든다는 얘기다. 중복 흡연은 니코틴 중독과 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고 흡연율 감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국제진료센터 강서영 교수와 국가금연지원센터 이성규 센터장 연구팀은 2018년 14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참여한 중·고교생 6만40명을 대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경험자 비율과 실제 금연의 관련성을 최근 조사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초(담뱃잎)로 만들어진 전용제품을 전자장치에 꽂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USB같은 세련된 외형과 냄새가 적고 유해성을 줄였다는 등의 광고로 청소년의 흡연 입문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조사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모두 1568명이었으며 그 가운데 81.3%(1270명)가 일반 담배와 액상 전자담배 등 3종을 모두 피운 경험이 있었다. 궐련형 전자담배만 단독 사용한 청소년은 전체의 2.9%(59명)였다.

비흡연 청소년에 비해 일반 담배만 피우는 청소년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경험할 확률은 23배 높았으며 액상 전자담배만 쓰는 청소년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경험할 확률은 44배 높았다. 일반 담배와 액상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청소년이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경험해 볼 확률은 84배나 높았다.

또 일반 담배와 액상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를 모두 사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일반 담배만 피우는 청소년에 비해 지난 1년간 금연 시도 확률이 48% 높았다.
하지만 현재 3종의 담배를 모두 피우고 있는 청소년이 금연할 확률은 일반 담배만 피우는 청소년이 금연할 확률의 4%에 불과했다. 일반 담배 흡연 청소년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해 담배를 끊으려 시도해보지만 실제 금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홍준 교수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신종 담배가 오히려 여러 담배제품을 사용하게 만들 수 있고 금연 확률도 낮아지므로 청소년 담배 규제 정책을 궐련형 전자담배 등 모든 종류의 담배를 포함하는 것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중복 흡연자는 담배 속 독성 물질에의 노출량과 횟수가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하게 돼 니코틴 총량이 늘어나고 의존성은 더 심화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담배 규제(Tobacco Control)’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