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슈퍼전파지 역할을 한 대구 신천지 시설을 무기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확실히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신천지 시설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집회소 등 대구 신천지가 소유·임차한 시설 37곳을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폐쇄 조치한다고 24일 밝혔다. 또 사택 및 숙소로 파악된 7곳에 대해서는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를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연장한다. 신천지 신도 등 개인소유 시설 7곳은 다음달 7일까지 2주 동안 폐쇄가 연장된다.
대구시는 이날 대구 신천지 시설과 부속시설에 폐쇄명령서를 부착하고 시설관리인에게 폐쇄조치를 통보했다. 시는 폐쇄 시설 출입 행위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며 폐쇄 기간 시설을 출입하거나 경고 스티커를 훼손할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에 따라 고발할 계획이다.
대구시가 신천지 감시 고삐를 죄는 것은 대구의 상황이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추가 확진자가 줄고 대규모 전수조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시점에서 숨김, 허위 진술 등으로 대구 방역에 애를 먹인 신천지를 마지막까지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대구시의 인식이 작용했다.
최근 신천지 대구집회소가 ‘위장교회’(이하 위장시설) 소속 미입교자 명단을 뒤늦게 대구시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구 신천지는 ‘선교교회’로 불리는 위장시설 2곳의 미입교자 47명 명단을 시에 제출했다. 명단에는 이름과 연락처 등 기본적인 사항이 담겨 있다.
이 명단은 시가 지난 17일 대구 남구 신천지 대구 집회소 2차 행정조사에서 신천지 측에 요구해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측은 대구에서 지난달 18일 첫 코로나19 확진자(31번째·신천지 신도)가 나오고 한 달이 넘어서야 명단을 제출했다. 신천지 측은 이들의 경우 입교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식 신도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대구시는 이들이 신천지 명칭을 쓰지는 않지만 대구 신천지 신도의 가족이나 지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고 신도들과의 교류도 빈번했던 것으로 보고 고위험군으로 판단했다. 시는 위장시설들이 일반인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신천지와 접촉할 수 있도록 운영되는 장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천지 때문에 대구가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며 “가혹한 조치가 아니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의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