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모든 소방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이 된다. 그간 소방공무원은 소방청 소속의 국가 소방공무원과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지방 소방공무원으로 신분이 이원화되어있었다. 지방 소방업무일지라도 실제적으로는 소방청의 지휘와 방침에 따라 추진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아야만 했다. 일의 지휘는 중앙에서 담당하고 재정은 지방에서 부담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었다. 소방서비스가 자치단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편차가 생기고 소방공무원들의 복지와 근무여건도 차이가 컸다. 이러한 한계속에서 소방시스템은 발전할 수 없었고 소방공무원들의 사기 또한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든 소방공무원의 소속을 국가직으로 단일화시킨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헌법적 의무를 국가가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천명이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라는 역사적 변화를 앞두고 제주 동부지역의 안전을 담당하는 소방지휘관으로서 몇 가지 각오를 스스로 해 본다.
첫째, 소방서비스 수준을 더욱 높이겠다. 국민이 소방에 기대하는 것들은 신속하게 출동해서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고, 위험에 빠진 국민을 살리며, 다치고 아픈 국민을 적절하게 대응하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소방의 기본업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 소방의 목표는 소방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을 넘어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방공무원들은 기술개발과 교육, 훈련에 더욱 투자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재난현장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소방공무원들의 저력을 보면 절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둘째,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을 막겠다. 그동안 현장인력과 개인 보호장비 부족,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로 많은 소방공무원이 다치고 희생되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시작된 소방 부족 인력에 대한 단계적 충원으로 현장인력의 절대 부족은 해소되어 가고 있다. 2022년 인력충원이 완료되면 현장 활동 인력뿐만 아니라 현장 안전을 전담하는 인력도 갖출 수 있어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이렇게 되면 소방공무원들의 안전과 보건에 관하여 국민에게 더 심려를 끼쳐 드리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침에 출근한 모습 그대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셋째, 소방서비스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겠다. 국민이 소방에 기대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더욱 귀 기울여 듣고 추진해 나가겠다. 재난을 당한 국민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집과 사업장을 복구하는 힘든 일도 돕고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지원하는 업무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 또 119구급차에 전문 의료진들을 탑승시켜 구급차를 ‘움직이는 응급실’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지금의 119는 사람을 살리는 이미지로 국민의 마음에 깊게 새겨져 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계기로 119 소방을 더욱 개선하여 세계적인 119로 발전시키고 싶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가 세계의 여러 나라에도 훌륭한 정책으로 소개되어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업무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발전되기를 기원해 본다. 국민의 하나 된 바람은 대한민국의 안전이다. 그 사명의 최일선에서 소방의 마음은 국민을 향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