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측이 항소심 재판부 교체 이후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의 이광범(61·사법연수원 13기) 대표 변호사 등을 선임했다. 교체되기 전의 항소심 재판부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됐다”며 김 지사 측에 불리한 심증을 내놓자 전관 출신을 추가 영입해 변호인단을 보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김 지사 측은 전날 LKB앤파트너스(LKB)의 이 대표 변호사, 김종복 대표 변호사 등 4명에 대한 변호인선임계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에 제출했다.
김 지사 측이 영입한 이광범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이다.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사법정책실장·인사실장과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12년에는 이명박정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의 특별검사로 임명됐었다. 이 변호사는 1988년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로 대표적 진보 법조인으로도 꼽힌다. LKB는 정 교수 사건을 초기부터 변호해 왔는데, 이 변호사도 최근 변호인단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김 지사 측은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신인 김종복 변호사도 선임했다. 그는 옛 통합진보당 소속 지방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방안 등을 검토한 보고서를 쓴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정의당은 지난해 그를 탄핵 판사 16인 명단에 포함시켰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2월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4월 LKB에 합류했다.
이날 재판은 바뀐 재판부 심리로 열리는 첫 재판이다. 김 지사의 항소심 속행 공판은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확산 우려로 기일이 연기됐다. 지난달 법원 정기 인사로 담당 재판부가 대폭 교체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 변경 전 마지막으로 열린 지난 1월 21일 공판에서 당시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김동원씨가 만든 댓글 조작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잠정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시연회 참석을 전제로 김 지사와 김씨의 공범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당초 예정돼 있던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하면서까지 밝힌 입장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장이 직접 심증을 밝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지사 측은 그동안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교체 전 재판부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소송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지사 측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조국 일가 사건’ 등을 맡고 있는 LKB 영입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