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찍어내기’ 발표에도 뉴욕증시 하락
공화·민주, 재정 지원 받는 기업 통제 놓고 이견
공화당 원내대표 “시장이 다시 망가져”
민주당, “합의안 나오기 전 공화당이 투표 강행” 반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위해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2조 달러(25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 처리가 23일(현지시간) 상원에서 또 부결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무제한적인 ‘달러 찍어내기’를 의미하는 양적완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82포인트(3.04%) 떨어진 1만 8591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언론들은 다우지수 하락 원인으로 경기부양 법안 처리가 의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을 지목했다. 정치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미 상원은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법안 처리를 위한 표결에 들어갈지를 결정하는 절차 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 49표·반대 46표로 부결됐다. 절차 투표를 통과하려면 상원의원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절차 투표는 두 번째 시도였다. 22일에도 절차 투표가 실시됐지만 찬성과 반대가 각각 47표가 나와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CNN방송은 23일 절차 투표도 소속 정당에 따른 표결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전체 100명 이상은 미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과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절차 투표가 부결되자 “이 조직(상원)이 단합된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이 다시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멈춰야 한다”며 “이 나라는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초당적인 합의안이 나오기 전에 매코널 원내대표가 자의적으로 표결을 밀어붙였다고 반박했다.
공화·민주당은 5000억 달러(632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통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이 노동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확실한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번 경기부양책에 기업에 대한 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으며 “시간이 없다”고 민주당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CNN은 22일 1차 부결 이후 공화·민주당이 합의안 마련에 주력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23일 2차 절차 투표 전에 “우리는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며 우리가 그 목표를 이룰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양당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고, 공화당은 절차 투표를 강행하면서 2차 부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양당은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양당은 두 차례의 경기부양책 법안을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세 번째 경기부양책이다.
이번 2차 표결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앨라배마주를 지역구로 둔 더그 존스 민주당 상원의원이다. 1차 표결에서 민주당 당론에 따라 반대 표를 던졌던 존스 상원의원은 이날 표결에선 찬성으로 돌아섰다. CNN은 초선인 존스 상원의원이 보수적인 앨라배마주에서 올해 재선을 향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 보수 민심을 의식해 찬성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