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코로나19 증가세 둔화…19일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

입력 2020-03-24 06:33 수정 2020-03-24 08:46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및 누적 확진자 규모가 나란히 6000명과 6만명 선을 넘어섰다. 치명률은 9.51%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지난 19일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현지시각으로 2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국 누적 사망자 수가 607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보다 602명(11%↑) 증가한 수치다. 증가율만 보면 지난 19일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기준 신규 사망자 수는 21일 79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날에는 651명이었다. 일단 사흘간의 수치만 보면 감소세다.

누적 확진자 수는 4789명(8.1%↑) 증가한 6만3927명으로 파악됐다. 연일 5000~6000명대를 보이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0명대로 감소한 것과 더불어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게 눈에 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일일 확진자 수 증가율이 20% 안팎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둔화한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누적 확진자 증가율이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확인된 이래 최저치라고 전했다. 3월 들어 내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확진·사망자 추이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자 현지 보건당국도 고무된 분위기다.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주 보건행정 책임자인 줄리오 갈레라는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터널의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볼 수도 있다”고 반겼다. 한편에선 이틀간의 수치만으로는 판단하기 이르다며 신중함을 유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은 9.51%로 전날보다 0.25% 상승했다.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다. 누적 완치자 수는 7432명으로 전날보다 409명 증가했다. 누적 사망자와 누적 완치자를 뺀 실질 확진자 수는 5만418명이다. 이 가운데 3204명은 중증 환자로 분류된다. 전날 대비 195명 증가한 수치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고강도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달 3일까지 국가 기간·전략 산업을 제외한 비필수 업종의 사업장 운영을 전면 중단하도록 했다. 전국 이동제한령과 휴교령, 비필수 업소 영업 중단 명령 등에 이은 후속 조처다.

업무 또는 건강상 사유가 아니면 대중교통 또는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거주지 밖으로 벗어나는 것도 금지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러 가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경찰이 드론을 이용해 주민 이동을 감시·단속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 당국은 본토 사이에 경찰과 군인, 의료 종사자, 통근자 등을 실어나르는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 입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가 사회·경제적으로 존립의 갈림길에 섰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콘테 총리는 향후 일주일이 바이러스 확산의 향배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