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능시험 1∼2주 연기’…유력 검토

입력 2020-03-23 22:41 수정 2020-03-23 22:4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급 학교 개학이 다음달로 연기된 가운데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2주 연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개학은 지난 2일에서 다음 달 6일로, 총 3차례에 걸쳐 1달 이상 미뤄진 바 있다. 이에 따른 학사일정 변동으로 고3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은 판단한 것이다.

연합뉴스의 취재 결과, 정부는 수능을 ▲예정대로 오는 11월 19일 치르는 방안 ▲1주일 연기해 같은달 26일 치르는 방안 ▲ 2주 미뤄 12월 3일 치르는 방안 등 3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내에서는 현재 이 같은 3가지 방안 가운데 예정대로 시행하는 방안보다는 2안과 3안, 즉 수능을 1주일 또는 2주일 연기하는 쪽으로 논의의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가지 시나리오를 함께 검토 중이지만 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 수능을 1∼2주는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며, 점점 연기하는 쪽으로 논의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수능 연기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개학 연기로 인해 ‘현역’인 고3 수험생들이 받는 불이익이 재수생 경우보다 더 크다는 문제제기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수능만 집중해 준비하는 재수생과 달리, 고3들은 학사일정 차질로 혼란을 겪으며 만약에 2학기 중간고사 일정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게되면 부담이 가중돼 불이익이 더 크다는 지적이 고3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개학이 이미 1달 이상 연기된 마당에, 포항 대지진이 발생한 2017년을 비롯해 수능이 미뤄진 사례가 이미 세차례나 있었던만큼 수능을 연기해도 큰 무리가 아니라는 의견도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험일이 연기되더라도 12월 초순을 넘기면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 탓에 안전사고 발생 등 각종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일단 그 이후로는 일정을 미루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아 개학을 내달 6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수능이 1∼2주보다 더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능을 1주일 또는 2주일 연기하는 시나리오도 4월 6일 개학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개학을 예정대로 하지 못하면 수능이 더 밀릴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종합적 논의를 이어간 뒤 조만간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수능 연기 관련 방침은 이달 말로 예정된 수능 기본계획 발표 때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수능은 ▲지난 1993년(1994학년도) 도입 이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 2005년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 ▲포항 지진이 발생한 2017년 등 총 3번 일정이 미뤄졌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