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아시아 코로나19 확산세…인도 주요 지역 봉쇄

입력 2020-03-23 22:15 수정 2020-03-23 22:40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2018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코로나19 감염자 진료소로 사용키로 한 가운데 의료진이 진료 준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들에서 확진자가 늘면서 봉쇄령이 확대되 해당 지역의 생산공장들도 멈춰서고 있다.

NDTV등 인도 언론들은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뉴델리를 비롯해 전국 주요 지역에서 오는 31일까지 봉쇄 및 통행 제한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415명으로 최근 며칠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선 구매 등 급한 일이 아니면 주민들의 외출이 대부분 제한되고 열차와 지하철, 장거리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된다. 학교, 종교시설 등을 비롯해 각종 사업장도 모두 문을 닫는다. 델리 등 일부 주에서는 주 간 이동도 통제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한국 기업의 주요 공장도 가동이 중단됐다. 국제선 운항과 외국인 입국도 사실상 금지됐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돌면서 이날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뭄바이 증시 센섹스(SENSEX)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35포인트(13.15%) 하락한 2만5981을 기록했다. 루피·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사상 최고 수준인 76.88루피로 급등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확진자가 많은 남동부 신드주가 23일부터 15일간 주 전체를 봉쇄하고 군병력까지 동원해 주민 통제에 나선다. 파키스탄에선 최근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인접국 이란에서 순례객이 돌아오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확진자 수는 804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신드주에서 발생했다.

스리랑카에선 87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행했다. 지난 주말 60시간 동안 공식 통행금지령을 내린 스리랑카 정부는 24일 오전까지 이를 연장했다.

남아시아 지역은 인구가 많은 데다 의료 시설이 열악해 코로나19 전염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간 있어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도에는 평소에도 13억 인구를 감당할 의료진과 의료장비가 없고, 사람들 역시 (코로나19에) 준비돼 있지 않다”면서 “인도가 2주 후엔 미국처럼, 한 달 후엔 이탈리아처럼 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남아시아가 중국과 유럽에 이어 코로나19 유행의 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놨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감염자와 사망자가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인구 구성상 중국 출신이 많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온 데다 위생 환경이 비교적 좋지 않아 역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18일부터 이동제한령이 시행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확진자 수는 총 1518명,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의 절반이 넘는 970명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쿠알라룸푸르 스리 페탈링 이슬람사원에서 열린 부흥 집회에 참석했거나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제한 명령을 최대 2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2일 영국인 2명을 포함해 1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누적 확진자가 수는 121명이라고 밝혔다. 해외 유입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베트남 정부는 22일부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외국인과 자국 해외교포의 입국을 금지했다. 베트남에 도착하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 운항도 중단할 방침이다.

필리핀은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2명 발생해 일일 최다 발생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필리핀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462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79명, 사망자 수는 49명을 기록하고 있다. 확진자는 인구가 집중된 자바섬에 가장 많지만 수마트라섬부터 뉴기니섬 파푸아까지 22개 지역에 퍼져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일부터 혈청(항체)을 이용한 대량 신속검사를 시작한만큼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8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개조해 코로나19 감염자 응급병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자카르타 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날부터 2주 동안 나이트클럽, 펍, 노래방, 선술집, 스파, 영화관, 당구장 등 사업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재인도네시아 한인회는 이날 오전부터 교민들에게 1인당 10개씩 마스크 2만개를 무료로 배포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