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도 배달되네”…배달앱과 손잡는 편의점·슈퍼

입력 2020-03-24 11:09 수정 2020-03-24 11:09
한 소비자가 CU에서 식료품 장을 보고 있다. CU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식료품·생필품 구매가 온라인과 배달로 옮겨가자 유통업계가 배달앱(어플리케이션)과의 제휴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과의 접촉은 피하면서 소량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집 근처 편의점과 슈퍼로 향하자 업계는 소량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배달앱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배달이 주로 오토바이로 이뤄지는 만큼 접근성과 효율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이 운영하는 슈퍼 ‘올가홀푸드’는 지난 2월 직영점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상승했다고 23일 밝혔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더욱 확산되면서 올가쇼핑몰 앱과 전화주문을 통한 당일배송 매출이 전년대비 약 300%, 신규 회원수는 618% 늘었다. 이에 따라 올가는 배달대행업체 ‘부릉’과 협업해 배송 편의성을 높이고, 배달앱 ‘요기요’와 같은 O2O플랫폼 사업자와의 제휴로 고객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올가홀푸드 O2O서비스 모바일 화면. 올가홀푸드 제공

편의점들도 늘어나는 배달 수요에 따라 배달서비스를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CU의 3월 배달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 11·12·1월 대비 약 70%가 늘었다. 특히 2월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배달 이용 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GS25도 지난 2일 배달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매주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다. 첫 주(3월 2~8일) 대비 2주차(9~15일) 매출은 89.9%, 3주차(16~22일)에는 전주 대비 39.2%가 늘었다. 언택트 소비가 확산하면서 소량의 상품을 편의점에서 배달시키는 사람이 계속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품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GS25에 따르면 기존에는 도시락, 행사상품(1+1 등), 유제품 순으로 구매가 많았던 것과 달리 지난 2일부터 23일까지의 배달 주문 품목 10위 안에는 컵라면 제품만 3개가 올랐다. 또 대용량 생수가 10위에 오르는 등 생활과 직결되는 간편식과 생수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GS25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교적 보관이 용이한 면류와 주요 생필품 중 하나인 대용량 생수를 찾는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CU와 GS25는 배달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CU는 지난해 요기요와 제휴한 이후 이달 초 네이버와도 제휴하면서 올 1분기 내 배달서비스 가능 점포수가 전국 5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봤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자 프로모션 기간과 행사 품목을 늘렸다. GS25도 지난 2일 전국 600여 가맹점에 배달서비스를 1차로 오픈한 뒤 23일에도 600여 가맹점에 서비스를 오픈했다. GS25는 배달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판매하는 식품과 생필품 종류를 기존 360종에서 470종으로 늘리고 할인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편의점 직원이 '부릉' 라이더에게 배달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전달하고 있다. 왼쪽은 CU, 오른쪽은 GS25. CU·GS25 제공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11월 시작한 B마트는 36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며 라이더가 고객에게 바로 배달하는 ‘초소량 바로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요한 생필품과 식료품을 그때그때 주문해서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주문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식료품, 생활용품 배달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몇 개 점포에서만 배달서비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확장해나갈 방침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용량, 가성비, 편의성 등을 앞세운 편의점 먹거리가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편의점은 생활밀착형 소비채널이기 때문에 배달시장에서 그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