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수용자 중 정장이나 사복을 입고 수사·재판을 받는 사람은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 등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재소자용 수의를 착용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23일 미결수용자 등이 수사·재판을 받을 때 사복을 착용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복착용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이미 미결수용자와 수형자가 수사와 재판, 국정감사 등의 조사에 참석할 때 사복을 입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교정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사복 착용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2019년 수용자 출정시 사복착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출정 시 사복을 착용한 전국 수용자의 비중은 0.43%에 불과했다.
개혁위는 20여년 전 헌법재판소가 사복착용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 사례를 언급했다. 1999년 헌재는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에게 수의를 입히는 것은 심리적인 위축으로 방어의 권리 등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이미 밝혔었다. 그럼에도 사복 착용의 권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결수용자들이 있고, 권리를 알더라도 교정시설 내 관행을 의식하거나 사복을 마련할 여유가 없는 경제적 곤궁범도 있을 것이라고 개혁위는 지적했다.
개혁위는 미결수용자의 수사·재판 시 사복착용권을 사전 고지하고, 스스로 의류를 구입할 경제력이 없는 이들을 위해 사복에 준하는 의류를 비치하는 방법으로 ‘수용자처우법’ 82조를 개정토록 권고했다. 형사사건뿐 아니라 민사재판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실행돼야 할 것이라고 개혁위는 강조했다. 법무부는 “권고안을 존중하고 관련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