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모 “잘못 있다면 나도 처벌받겠다”고 했지만… 고소인 없는 장모사건

입력 2020-03-23 17:51
뉴시스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의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자신에게 사기를 저지른 안모씨를 고소한 뒤 “잘못이 있다면 나도 함께 처벌을 받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서울남부지검의 대질 조사 과정이었다.

잔고증명서는 안씨가 “가짜라도 좋으니 구해 달라”고 최씨에게 부탁해 마련된 것이었는데, 2013년 말 최씨 측이 회수해 금융권 대출 등에 이용되지 않았다. 안씨는 최씨의 잔고증명서가 사채 대출 등에 활용됐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에는 정반대의 진술을 했었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 측은 의정부지검 조사가 이뤄지면 안씨의 계획적 접근에서부터 잔고증명서의 회수에 이르기까지 이번 의혹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허위 잔고증명서가 마련된 경위를 말하는 한편 이 잔고증명서가 대출에 활용됐다는 의혹은 거짓임을 밝히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전에도 최씨는 안씨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선배에게 보여야 한다. 가짜라도 마련해 달라”고 졸랐다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말했었다.

안씨가 캠코 근무이력을 속여 가며 최씨에게 59억원가량의 피해를 끼친 일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최씨 측은 안씨가 잔고증명서를 다른 의도로 쓴다는 말을 전해 듣고 2013년 말 모두 돌려받았다고 한다. 잔고증명서가 신탁기관에 제출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해당 신탁기관은 그런 증명서를 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안씨는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잔고증명서를 사채업자에게 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안씨는 출소한 뒤 지난해 7월 최씨와 해당 사채업자 간의 민사소송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 명의의 잔고증명서를 사채업자에게 제시하며 동업자금을 빌린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는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안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 기본적으로 최씨에게 막대한 피해가 끼쳐진 점, 잔고증명서가 대출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점 등이 두루 감안될 것이라고 보는 편이다. 최씨가 2016년 “잘못이 있다면 처벌 받겠다”고 피력했음에도 따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는 이해 관계자들의 고소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가 없는 경우 사적 분쟁적 성격의 사안에서 따로 ‘인지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통례라는 것이다.

실제 윤 총장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 당시 이 문제가 재차 언급되자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잔고증명서의 명의인인 은행이나 잔고증명서를 제시받았다는 이들의 고소는 현재까지 없다. 무고를 두려워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사건은 경기도 양주시 납골당 운영권 다툼 문제로 의정부지검에서 기소된 적이 있는 노모씨가 “상대방 측 중 한 명이 윤 총장의 장모인 최씨와 가깝다”며 다시 수사해 달라고 진정을 제기한 데서 비롯했다. 과거에 비해 새로 제시된 사실관계나 증거는 없었다.

윤 총장의 검찰청장 인선 과정에서 ‘장모 의혹’은 청와대의 검증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에게 그런 힘이 없던 시절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의혹이 거론되는 시점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펼친 윤 총장이 뒷조사를 당하고 고검 검사로 좌천됐던 때였다. 반복되는 의혹 고리를 끊기 위해 최씨에 대해 오히려 강력한 결론이 제시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