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초비상’ 유럽, 은퇴 의료진 복귀해 고군분투

입력 2020-03-23 17:44
이탈리아 의료진으로 알려진 이들의 얼굴이 마스크 자국으로 벌겋게 멍들어 있다. 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유럽에서 은퇴한 의료진이 일선 현장에 속속 복귀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각국 정부도 의사·간호사들에게 서둘러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은퇴한 의사와 간호사 1만4000명을 포함해 모두 5만2000명의 추가 인력을 소집했다. 코로나19 감염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며 일선 현장의 일손이 크게 부족해지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대책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21일 대국민 TV담화에서 “우리는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앞으로 매우 힘든 날들을 준비해야 한다”며 심각한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알린 바 있다.

영국에서는 은퇴한 의료진 4500명(의사 500명·간호사 4000명)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은퇴 의사·간호사 6만5000여명에게 복귀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지 이틀 만이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맷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국가적 노력에 훌륭한 지원”이라며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음압형 들것에 실려 옮겨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어 빠르게 증가 중인 이탈리아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이르자 올해 말 졸업 예정인 의대생들을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이탈리아 당국은 미국에 필수 의료품 지원 등 도움의 손길까지 요청하고 있다. CNN은 이날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탈리아 정부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직접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특히 마스크와 호흡기 등 필수 의료물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말펜사 국제공항에 도착한 쿠바 의료진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의사 부국’ 쿠바로부터 52명의 의사도 지원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쿠바가 경제난에 미국의 제재까지 겹쳐 의약품과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8.2명(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전했다.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는 하루가 멀다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실시간 집계 현황에 따르면 23일 오후 기준 사망자 수는 이탈리아 5476명, 스페인 1772명, 프랑스 674명, 영국 281명, 스위스 98명, 독일 94명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