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C뉴스는 “본래 7월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 개최가 취소되지는 않겠지만 2021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23일 보도했다.
호주, 캐나다 등이 원래 일정대로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면 불참하겠다며 1년 연기를 요구하고 있고, 주요 국가 올림픽위원회 등도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게 IOC에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200여개 국가올림픽위원회, 국제스포츠연맹이 올림픽 개최 연기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노르웨이·브라질·슬로베니아의 국가올림픽위원회도 내년 개최를 요구해 왔다. 세바스찬 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7월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실현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2일 대회 연기를 고려 중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IOC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서한에서 “(코로나19 관련해)여러 나라들에서 각고의 조치를 취해 나아졌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몇몇 나라들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흐 위원장이 개최 연기를 고려하자 개최 강행을 내세우던 일본 정치인들도 빠르게 입장을 바꿨다고 ABC뉴스는 소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완전한 형태의 (경기) 개최가 어렵다면 연기 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또한 IOC가 기왕에 결정할 것이라면 빨리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이케 유코 도쿄도지사는 “IOC가 앞으로 4주 동안 향후 계획을 검토할 텐데, ‘개최 연기’도 충분히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베의 말을 거들었다.
올림픽 개최가 연기될 경우 일본은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다.
ABC뉴스는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이 공식적으로는 126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국가 감사에서는 그 두 배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도쿄 템플대학의 연구원 제프 킹스턴은 AP통신에 “주변 사람들은 경제·일자리에 닥칠 피해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하고 있다”며 현지 여론 상황을 전했다.
한편, 마이클 페인 전 IOC 마케팅부장은 이번 개최 연기가 IOC와 일본에 나쁘지 않은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페인은 IOC의 발표 직전 AP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난 다음에서야 올림픽은 멋진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올림픽은)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가 훨씬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험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