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년 중 164일 ‘덜 걸러진 하수’ 바다로

입력 2020-03-23 16:29 수정 2020-03-26 13:38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제주하수처리장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 1993년 준공된 제주하수처리장은 하루 처리용량이 13만t으로 2014년 포화, 2018년 초과 상태에 돌입했다. 제주도는 국비 1865억원 등 3886억원을 투입해 내년 9월 증설 공사에 착수한다. 2025년 공사가 완료되면 제주하수처리장의 1일 처리용량은 현재보다 9만t 늘어난 25만t에 달할 전망이다.

제주도의 하수처리 관리 능력이 낙제점을 받고 있다. 하수처리장의 절반이 1일 처리 용량을 초과했고, 이 중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에선 ‘덜 걸러진 하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날이 1년 중 164일에 달했다.

23일 제주도와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에 따르면 도내 8개 하수처리장 중 4개 하수처리장(제주 서부 대정 남원)의 평균 하수량이 처리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치가 가장 높은 제주하수처리장(제주시 도두동)의 경우 지난해 수질 기준치 이상 방류수를 배출한 날이 164일이나 됐다. 하수량이 처리 용량을 넘어서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오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수질을 악화시킨다.

제주지역 하수유입량은 인구가 늘고 대규모 개발사업이 증가한 2014년 이후 매년 늘고 있다. 그중 4곳이 2018~2019년부터 초과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하수처리 용량을 초과한 지역에서도 대규모 개발 허가는 계속되고 있다.

총면적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1.8배에 달하는 제주 최고층 복합리조트 제주드림타워(제주시 노형동, 지상 38층, 1600실)는 조만간 개점을 앞두고 있고,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에는 460실 규모의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이 막바지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제주도는 8개 처리장 중 증설이 완료된 성산하수처리장을 제외한 7개 시설에 대해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하수처리장이 오는 2025년까지 1일 처리용량을 13만t에서 22만t으로 9만t 늘리고, 나머지 6개(대정·보목·색달·동부·서부·남원) 처리장도 2021년까지 총 5만8000t을 확대한다.

그러나 제주드림타워의 경우 증설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하루 5000여t의 하수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도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부동산 개발 사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제주지역에는 지난 한 해에만 343개(2577실)의 숙박업소가 신설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하수처리장 8곳 중 4곳이 초과인 상황에서, 수도법상 11실 이상 숙박업소 등에 의무화된 물 절약설비 설치 위반 업소에 대한 과태료 부과 실적은 법 시행 후 0건”이라며 원희룡 도정의 물관리 성적표가 사실상 낙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2014년 인구가 급증하면서 바로 증설 계획에 돌입했으나 도시기본계획 재정비, 국비 절충 등 사업 추진에 시간이 소요됐다”며 특히 제주드림타워와 관련해서는 “제주하수처리장 증설 전까지 업체 측이 일정량(1일 220t)만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기로 해 예상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