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연기론 급물살 ‘45일? 1년? 2년?’

입력 2020-03-23 16:25 수정 2020-03-23 16:34
아베 총리 첫 “연기도 하나의 옵션” 발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도 연기 검토 인정
캐나다, NOC 중 첫 불참 선언 ‘1년 연기’ 요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따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연기 검토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연기를 언급했다. EPA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4주 안에 끝내겠다”며 기존의 강행 입장을 선회하자 세계 체육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누구보다 강력하게 강행론을 펼쳐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처음으로 ‘연기’를 언급했다. 세계 체육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안은 2021년 여름 개최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는 206개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중 가장 먼저 불참을 선언하며 ‘1년 연기’를 요구했다.

IOC는 23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코로나19 발병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집행위는 여러 시나리오에서 다음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일본 정부, 도쿄도와 전면적으로 조정해 연기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하겠다. 앞으로 4주 안에 논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IOC는 지난주까지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17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사흘간 33개 종목 국제단체, 선수 대표 220명, 각국 NOC를 차례로 만난 연쇄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에서 “6월 30일까지 출전자 선발을 마치면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끌어냈다. 하지만 미주·유럽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IOC는 ‘백기’를 들었다.

아베 총리도 한 걸음 물러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출석한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온전하게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면 연기는 하나의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를 주장했다. 완전한 형태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도쿄 등 일본 내 개최 도시에서 33개 종목 선수들이 339개 금메달을 경합하는 기존의 방식을 말한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기존대로’만 주장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며 연기 검토를 인정했지만 “취소는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의 한 시민이 23일 시내 건물에 설치된 2020 도쿄올림픽 포스터 현수막 앞을 마스크를 쓴 채로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IOC는 개막일 연기, 대회 규모 축소, 무관중 경기처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빗발친 세계 체육계의 제안을 취합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리 위원장의 말처럼 취소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IOC는 “올림픽 취소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취소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세계 체육계는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장애인 체육에서 IOC 위원장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IOC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IOC의 결정을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고, 나이젤 허들스턴 영국 체육부 장관은 “옳은 일”이라고 호응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안은 연기다. IOC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여러 시나리오 중 ‘연기(postponement)’만을 언급했다. 다만 연기 시기를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45일, 1년, 2년 연기가 각각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편성된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와 겹쳐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캐나다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 자료사진. AP뉴시스

45일을 연기할 경우 9월 초로 넘어가 유럽 축구의 개막, 2022 카타르월드컵 대륙별 최종 예선 일정과 겹친다. 무엇보다 올림픽과 북미프로풋볼(NFL) 중계권을 모두 가진 미국 NBC방송과 IOC 사이에서 대립이 불가피하다. 9~10월 사이에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몰아치는 태풍의 변수도 무시하기 어렵다.

1년을 연기하면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의 한 시즌이 끝나 올림픽의 일정 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코로나19 확산세도 지금보다 꺾일 가능성이 있다. 일부 NOC를 중심으로 1년 연기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캐나다올림픽위원회는 이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1년 연기를 요구했다. 호주올림픽위원회의 경우 올림픽의 1년 연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선수들에게 “내년 여름에 맞춰 준비하라”고 전달했다.

다만 이 경우 내년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같은 해 8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치러지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친다. 두 대회는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육상·수영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최대 이벤트다.

2년을 연기하면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같은해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과 같은 해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가 한 해에 열려 각국 프로리그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김철오 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