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나라였다면… n번방에 머무른 ‘그놈들’ 싹 다 감옥행

입력 2020-03-23 15:18 수정 2020-03-23 15:20
국민일보DB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일명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매섭다. 관련자들의 신상공개와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단 3~4일 만에 도합 420만명을 돌파할 정도다.

그중 한 청원자는 “대한민국에서는 분명 이 추악한 범죄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수십만명의 연루자가 모두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건 핵심 가해자 뿐만 아니라 이들이 유포한 성착취물을 구매한 수요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들을 벌하지 않고서는 아무 소용없다. 또 다른 희생양이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이라면… n번방에 있었던 모두 ‘징역형’

영국이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성범죄를 다루는 법은 무섭다. 버밍엄에서 적발된 성착취 범죄 재판이 한 사례다. 피의자 콜린 다이크(77)는 필리핀에 있는 아동들에게 돈을 주고 성행위를 시킨 뒤 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그의 휴대전화에서 아동 성착취와 관련된 사진 49장, 아동들과 성적인 대화를 하는 데 사용된 SNS 계정 다수를 발견했다.

다이크는 아동에 대한 성범죄를 사주하거나 조장한 혐의 6건, 아동 성행위에 돈을 낸 혐의 4건, 아동에게 성행위를 시키거나 부추긴 혐의 4건을 받았다. 법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이 인정됐고, 그는 지난달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온라인상에서 펼쳐진 성착취 범죄에 중형이 선고된 배경에는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영국의 무관용 방침이 있다. 처벌 근거가 되는 1978년 어린이 보호법(잉글랜드와 웨일스)은 어떤 형식으로라도 18세 미만 아동의 외설사진이나 그에 준하는 영상을 만드는 데 개입한 모든 자들을 벌하도록 한다.

처벌 대상에는 영상을 촬영한 사람, 촬영을 허락한 사람, 만든 사람, 유포한 사람, 소유한 사람, 공개하거나 공개하도록 한 사람, 광고한 사람 모두가 포함된다. 성착취물을 단순 소유하기만 한 사람도 체포 대상이 되며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이 법이 n번방 사건에 적용된다면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참여자 전원 처벌’이 가능해진다.

영국에서는 국경도 중요하지 않다. 중범죄·조직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범죄수사국(NCA)은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모든 형태의 아동 성학대와 성착취를 추적할 것을 법 집행 원칙으로 두고 있다. NCA는 “아동과 접촉한 자, 아동 외설 영상을 제작·공유·시청한 자, 아동을 온라인에서 꾀거나 협박한 자,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한 자들이 표적”이라고 설명한다.

“줄어드는 건 피해자 나이뿐… 용납 못해”

유럽연합(EU)과 미국 역시 유사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매우 세다. EU는 아동 성착취물을 ‘잔혹한 범죄’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에게 ”수사, 처벌, 피해자 보호, 범죄 예방을 위한 포괄적인 법규를 운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 이상으로 강력한 처벌 정도를 가진다. 연방 법률인 ‘아동 포르노 법’에 따르면 사진과 동영상을 포함해 18세 미만 미성년자들의 외설 영상을 제작, 배포, 수령, 소유한 사람뿐만 아니라 구하려고 시도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이 법을 알면서도 소유한 사람은 최대 1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여기에 영상에 등장하는 미성년자가 12세 미만이라면 형량은 최대 20년까지 늘어난다.

아동에게 성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설득하는 자들은 다른 연방 법률인 ‘어린이 성착취 방지법’에 따라 훨씬 더 엄하게 다뤄진다. 이 경우 피의자에게는 의무적으로 최소 15년형이 선고된다. 죄질에 따라 형량이 최대 30년까지 가중될 수도 있다.

미국 법무부는 “아동 성착취물의 역사적 증가 속에 감소하는 것이라고는 피해 아동들의 나이밖에 없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추구하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