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안 없이 안전한 가족, 연인, 지인끼리 전시 관람 어때요

입력 2020-03-23 12:2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문화 갈증도 커지고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가 문제다. 안전한 가족, 연인, 지인끼리 전시를 보는 건 어떨까.
이길래 작, '천년 소나무'(2019년 작). 사비나미술관 제공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이 현재 하고 있는 ‘뜻밖의 발견-세렌디피티’전에 대해 사전 예약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관람객이 감염 우려 걱정없는 가족, 친구, 연인끼리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화가 있는 날인 24, 25일(매월 마지막주 금·토)에 한해 지난 17일부터 사전예약제로 관람 인원을 모집했는데, 이틀만에 모집 정원 40명이 마감됐다. 방구석을 벗어나 문화생활을 하고 싶은 욕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길래 작가의 소나무 작품 재료인 절단된 동파이프.

관람객들은 층별로 동선이 겹치지 않게 관람을 안내받는다. 미술관이 당초 준비했던 부대 교육프로그램인 홀로그램 체험도 ‘체험 키트’를 배포해 스마트폰만 있으면 관람객 혼자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명옥 관장은 “평일엔 지금도 관객이 하루 10명도 되지 않는다. 날이 따뜻해지고 주말 관객이 들어날 경우 사전예약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 제목인 ‘세인디피티(serendipity)’는 생각지 못한 귀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술가들도 과학자처럼 뜻밖의 발견을 하고 ‘유레카!’를 외치는 순간이 있다.

이길래 작가에겐 2001년 지방의 대학에 출강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전방의 화물차에 적재된 동파이프를 본 순간이 그랬다. 그 날 따라 동이프의 단면이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처럼 다가왔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동파이프를 자르고 측면을 눌러 타원형으로 만든 뒤 용접해서 붙여나가며 소나무 형상을 직조했다. 동파이프의 갈색이 소나무 껍질의 투박한 질감과 비슷하다.

양대원 작가는 병원 로비에 걸린 암세포 전시를 본 적 있다. 사진 속 암세포의 검고 동글동글한 형상이 사람처럼 보였다. 이 경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동글인(人) 캐릭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기창 작가는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진료실에서 본 X레이 필름 위 명암에서 동양화의 먹의 농담을 떠올렸다. 이후 X레이 필름을 이용한 ‘X레이 회화’를 창안했다.

이세현 유근택 등 총 21명의 작가들이 내밀한 발견의 순간을 공개한다. 영감을 준 최초의 순간과 그것이 창작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제작 일화, 작가 노트, 기초 재료 등을 작품 옆에 비치했다. 4월 24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