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간호사 “제발 그만 좀 해”…눈물 흘리며 호소한 이유

입력 2020-03-23 11:57
돈 빌브루 페이스북 캡처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 간호사가 눈물을 흘리며 ‘사재기를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한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요크에 거주하는 국민공공보건서비스(NHS) 소속 간호사 돈 빌브루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 말해야 해”라는 글과 함께 직접 찍은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40시간 교대근무를 마친 직후 슈퍼마켓에 갔다”며 “슈퍼마켓에서 과일과 채소 등 음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난 단지 앞으로 (휴식을 취할) 48시간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갖고 싶었을 뿐”이라며 “과일도 채소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사재기를 멈추면 된다. 당신들이 아플 때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 같은 사람들”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덧붙였다.

이 영상은 하루만에 500만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영국 전역에서 화제를 모았다. 공영방송 BBC와 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은 이 영상을 보도하며 “우리들의 영웅인 간호사들이 사재기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NHS 의료 책임자인 스티븐 루이스 교수는 21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 영상을 언급했다. 그는 “솔직히 우리 모두가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용납할 수 없다”며 “이들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봐야 할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식품·지역 문제 담당 장관도 국민들에게 사재기를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의 문제는 식료품 부족이 아니라 사재기로 인해 선반을 채울 시간이 부족한 것”이라며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식료품을 사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소매 컨소시엄의 헬렌 디킨슨 대표도 “식료품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수요 급증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주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 사람들의 집에는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어치의 음식이 쌓여있다”며 “이것을 먼저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