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인 정봉주 전 의원의 ‘이중 당적’ 문제를 놓고 23일 정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지난 22일까지 분명히 민주당 당원 명단에 정 전 의원이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정 전 의원은 지난 7일 민주당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비례 의석수를 놓고 같은 지지층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양쪽의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이 이중 당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긴급 징계에 나설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이같은 방침을 눈치채고 이날 오전 서둘러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열린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 이중 당적이라는 사실을 22일 알게 됐고, 늦어도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긴급 징계를 추진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는 현재 당무위 권한을 위임받은 상황으로, 최고위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되면 정 전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가 즉각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지난 7일 민주당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이중 당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통화에서 “열린민주당 창당식 전에 탈당 신고서를 팩스로 냈다”며 “민주당이 처리를 안 한 건지 못 한건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지난 8일 열린민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어제(7일) 저녁 민주당에 탈당서를 보내며 울었다”며 “어떻게 들어온 민주당인데”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정 전 의원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먼저 탈당은 당의 심사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고, 탈당 신고서를 내는 즉시 처리가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전날까지만 해도 정 전 의원이 당원 명단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 전 의원이 서울시당 측에 탈당 신고서를 처리하지 말라고 개별적으로 요청해서 (서울시당이) 처리를 보류해놨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해당 담당자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탈당일자를 기재하지 않은 탈당 신고서를 지난 7일 팩스로 민주당 서울시당에 발송했다. 발송 직후 유선으로 “처리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서울시당은 처리를 보류하고 있었고, 정 의원측이 이날 오전 9시쯤 다시 전화를 걸어 탈당 신고서 처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말 민주당 서울시당의 허가를 거쳐 복당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복당신청을 했을 때는 ‘미투’ 의혹 때문에 복당이 불허됐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친문(친문재인)·친조국을 표방하는 열린민주당에 연일 선긋기 중이다. 민주당은 탈당해 열린민주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인사들의 복당은 없을 것이고, 열린민주당과의 합당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도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열린민주당에 대해 “각자의 길을 가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희 이가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