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5·18기념재단의 국제연대 사업이 줄줄이 연기·축소되고 있다. 그동안 광주시민사회가 역동적으로 준비해온 각종 40주년 기념행사도 차질을 빚게 될 공산이 커졌다.
23일 5·18 기념재단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인권상 시상식과 아시아포럼 등 40주년 관련 국제연대 행사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가피하게 연기했다. 광주인권상 시상식의 경우 다수의 외국인 참석자들을 초청하기가 어렵게 된데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게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기념재단은 해마다 5·18 당일 인권상 시상식을 가져왔다.
40주년을 기념해 광주 인권상 수상자 20여명을 한 자리에 모아 5월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간 진행하려던 아시아포럼은 10월 말로 일정을 미뤘다. 기념재단 측은 상황에 따라 9개 분야 중 일부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5월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역대 수상자들이 잇따라 불참 통보를 해오고 있다.
당초 4월로 예정한 40주년 학술대회 역시 11월로 늦췄다. 학술대회는 ‘무한텍스트로서의 5·18’을 주제로 개최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각계 대표들이 참여해 출범한 5·18기념행사위원회는 5·18 전국화와 세계화에 중점을 두고 미래세대가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성대한 축제로 기념행사를 치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2월 서울시청에서 가지려던 서울시와 공동 행사위 출범식이 연기된 것을 시작으로 행사 차질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와 광주시는 24일 온라인을 통해 출범식을 치른다는 방침이지만 분위기는 고조되지 않고 있다.
앞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일 영상회의를 통해 5·18 40주년 기념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사업 광주광역시-서울특별시 공동주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 도시는 협약에서 5·18이 포함된 5월12일부터 18일까지 한 주를 민주인권주간으로 정하고 음악회와 라이브 콘서트 등 문화예술 행사와 국제컨퍼런스 등 40주년 기념행사를 함께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코로나 19로 위축된 40주년 행사의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 시민적 관심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억하라 오월정신! 꽃피어라 대동세상’을 주제로 한 40주년 행사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관 국가기념식과 별도로 다채롭게 마련된다. 5·18진상규명과 정신계승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발맞춰 진실조사, 학술기록, 국제연대, 교육문화, 기념사업지원 등 5개 분야에서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친다. 5·18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 위해 유튜브와 방송 컨텐츠 제작 등의 방법도 활용한다. 1980년 5월 당시 병원에서 헌혈과 치료를 담당한 간호사의 구술 기록집을 출간하고 일반 시민들도 5·18 관련사진을 쉽게 검색하도록 아카이브도 구축하기로 했다. 5·18기념재단은 코로나19사태가 다음 달을 넘어 5월까지 이어진다면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전야제 행사를 축소·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치러온 기념식을 40주년인 올해는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처음 가질 예정”이라며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