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팝업창, 모바일앱, 스쿨존, 노키즈존…. 이들 단어에서 보듯 한국 사회에서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고령층의 경우 상당수 외국어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신(新) 문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외국어 표현 3500개를 국민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글문화연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지난 1~2월 14세 이상 남녀 1만107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3500개 외국어 표현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전체 평균은 61.8점이었다. 60대 이하는 66.9점이었으나 70세 이상은 28.4점으로 이해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3500개 표현 가운데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1080개(30.8%)에 불과했다. 70세 이상이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242개(6.9%)뿐이었다.
외국어 표현 가운데 세대별로 이해도 격차가 크게 나타난 단어는 QR코드, 팝업창, 키워드, 모바일앱 등이었다. 60대 이하에서는 70% 넘는 응답자가 이들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70세 이상 응답자는 10% 수준만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저, 리워드, 스트리밍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였다. 문체부는 “1245개 표현에 대해서는 70세 이상 응답자의 10% 이하만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했다”며 “외국어로 인한 ‘신문맹’이 우려될 정도”라고 전했다.
문체부는 국립국어원과 함께 우리말 대체어를 보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를 ‘승차 진료소’로, ‘코호트 격리’를 ‘동일 집단 격리’로 각각 바꿔 사용할 것을 권장한 바 있다. 문체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우리말 사용 노력이 절실하다”며 “어려운 외국어가 계속 쓰이면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층이 지속적으로 정보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