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환자가 4만3천여 명에 달하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빠졌다”고 23일 보도했다.
SCMP가 확보한 중국 정부의 기밀문서에 따른 내용이다. 중국 내에서 지난달 말까지 다른 질병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무증상 환자는 총 4만3000여 명에 이른다.
전날까지 발생한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8만1093명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다. 이를 합치면 중국내 코로나19 환자가 12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얘기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집계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나 한국 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WHO는 증상이 없더라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 확진자로 본다. 한국도 이 기준을 따른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달 7일부터 기준을 바꿔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발열, 기침 등 관련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 확진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다만 이같은 문제가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무증상 환자가 4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대다수는 코로나19 검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코로나19가 무증상 환자에게서 감염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WHO는 무증상 감염이 극히 드물며, 중국에서 발생한 무증상 감염은 전체 코로나19 확진 사례의 1∼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영국 홍콩 등 많은 학자들이 무증상자에게서도 코로나19가 전염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은 지난 1월 23일 우한이 봉쇄하기 전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79%는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환자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팀은 중국 내 코로나19 발병 사례 450건 중 10%가량이 무증상 감염인 것으로 추정했다. 홍콩대 호팍룽 교수는 "무증상 환자는 기침하지 않으므로 기침을 통한 감염은 없겠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비말(침방울)을 통한 감염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