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이 털어놓은 ‘킹덤2’ 촬영 비하인드[인터뷰]

입력 2020-03-23 10:53
'킹덤2'의 주연 배우 주지훈이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흥행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저보다는 생사역 배우분들이 정말 고생했죠.”

배우 주지훈에게 ‘킹덤2’를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물어보니 “체력이 저하돼 넘어지기 일쑤였지만 나는 그래도 상황이 나았다. 생사역 배우들은 렌즈를 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어 균형 잡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치 그가 연기한 왕세자 창을 보는 것 같았다.

지난 1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즌2에는 좀비가 넘실대는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일가의 탐욕과 불신의 늪에 빠진 창의 사투가 담겼다. 시즌1에서 창이 좀비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면 시즌2는 인간의 탐욕과 마주하는 서사에 집중했다. 극을 이끈 주지훈과 지난 20일 화상인터뷰를 갖고 민초를 위해 자신을 내던진 창의 성장기와 촬영 비하인드를 물어봤다.

'킹덤2'의 주연 배우 주지훈이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흥행 소감을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반응을 실감하나.
영화는 관객수, 드라마는 시청률이 나오는데 이건 수치가 없다. 직접 반응을 찾아봐야 한다. 시즌1을 하면서 느낀 건데 스트리밍 하고 나서 한 4주 정도 뒤에 구체적으로 릴리즈가 된다. 그때가 되면 반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SNS에 검색해보긴 했다. 즐겁게 봐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하다.

시즌2에서 창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했나.
대본이 워낙 훌륭했다. 변화 과정이 잘 담겨있어 배우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또 현장에 가면 제작진이 워낙 훌륭하게 상황을 구현해준다. 나는 그저 좋은 동료와 함께 상황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

창의 성장기를 연기로 풀어내기 어렵지 않았나.
내 손으로 날 낳아준 아빠를 죽이고, 날 길러준 진정한 아빠라고 생각한 안현(허준호)이 죽어가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상황을 상상하면 패닉이다. 하지만 안현을 죽여야 하고 군사를 설득해야 했다. 심리적으로 복잡한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울지 않으면서 그 심리를 보여줘야 했다. 그렇게 표현을 하려고 애썼다.

특히 감정연기가 많았다.
창에게 닥친 상황 하나하나 너무 큰 감정이었다. 이걸 다 터트리면 다음을 연결할 수 없고, 그렇다고 없애자니 말이 안됐다. 미묘한 결을 잡아가려고 노력했다. 사실 연기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웃음). 잘 표현됐길 바란다.

창이 왕세자 자리를 포기했을 때 안타까움은 없었나.
마음에 들었다. 그 결말이 있어야 시즌3를 암시할 수 있지 않나. 내가 왕이 되면 나는 끝난다. 철학과 이상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 희생과 인내가 있어야 한다. 창도 그런 선택을 했다. 국민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지 권력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생사역을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어떤가.
우리끼리 ‘이걸 어떻게 이겨, 말도 안 돼’ 같은 그런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번 시즌에서 위에서 풀샷으로 거대한 무리를 바라보는 장면이 많았는데 한눈에 보니까 정말 어마어마했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

액션신 대역은 없었나.
대역을 쓸 수가 없었다. 지붕 위에서 창이 홀로 싸우는 장면은 원테이크로 찍었다. 안전장치를 하고 있었지만 체력 문제 탓에 하체도 풀리고 넘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래도 상황이 나았다. 눈을 뜰 수 있어 균형을 잡을 수 있었지만, 생사역 배우들은 렌즈를 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어 균형잡기도 힘들었을 거다. 나보다 그들이 정말 고생했다.

창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나.
역설적으로 힘없는 우리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시즌1에서는 대의보다는 무서워서, 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도망다녔다. 시즌2에서는 상황을 타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과정에서 창이 느끼는 감정은 우리가 살면서 매번 느끼는 감정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고 취직하고 그런 과정마다 우리는 늘 두려움을 느낀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있는 거다. 창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킹덤은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오리엔탈 문화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을 떠올렸을 것 같다. 우리(한국)가 자신 있는, 우리의 것을 하니 외국인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갓도 유행하고, 한복도 좋은 반응을 얻고, 한국적인 풍경도 너무 좋아하더라. 거기에 해외에서는 이미 익숙한 좀비가 결합되면서 시너지를 낸 것 같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